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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May 05. 2023

오페라 <리골레토>

사회풍자, 고자극 개막장의 끝판왕

공연 기록

2022/11/11(금) 19:30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B블록 1열

150분(인터미션 30분)

40,000(조예할)


리골레토 양준모

질다 이혜정

만토바 공작 이명현

스파라푸칠레 박준혁

막달레나 임은경

몬테로네 백작 전태현

죠반나 이미선

체프라노 백작 한호철

보르샤 조희상

마룰로 남주영

파지오 이수아



빅토르 위고의 희곡⟪Le roi s'amuse, 왕의 환락⟫에 베르디가 감명을 받아 만든 작품. 뼈를 때리다 못해 징징이를 만들어버린다. 인간의 아픔을 조롱한 자가 똑같은 아픔을 당하는 인과응보의 메시지와 함께 아주 사회풍자적인 작품으로 저주와 복수의 연속이다.


내용도 고자극 개막장. 아주 매우 상당히 적절하지 않지 않다. 예전에 Royal Opera House 공연 봤을 땐 연출이 너무 적나라해서 보다가 토할 뻔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 버전을 무대로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사실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또 지난 9월 서울시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연출이 참 나랑 안 맞다' 싶어서 이번 작품으로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베르디 특유의 감정 전달에 최적화된 곡들은 역시 최고였다.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은 언제 들어도 참 신나지만, 정말 그렇지 못한 가사가 킬포인 것 같다. 파바로티가 부르는 "여자의 마음"

그리고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드는 가장 큰 의문은, 공작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하다. 너무 만나보고 싶다.

도대체 어떤 남자길래 저렇게 모든 여자가 사랑에 빠질까...



무대는 굉장히 신선했다.

질다의 방 (출처: 서울시오페라단)

배우의 뒷모습도 볼 수 있는 반사되는 소재의 벽을 사용해 무대 전체가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면서 배우의 움직임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어서 트루먼 쇼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각 장면에서 변화하는 배우의 감정선도 좀 더 실감 나게 다가온 것 같다.


특히 질다의 방은 새장으로 연출했는데, 그래서 질다가 정말 리골레토의 과도한 보호로 새장에 갇혀 사는 새 같았다. 질다의 아리아는 새장에서 지저귀는 새의 소리처럼 들려서 더욱 좋았다. 베르디는 진심 천재다.


극의 캐릭터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아마도 그런 것을 바라고 연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외, 다른 부분들은 역시 나와 맞지 않았다. 상징적인 무대 연출은 좋았으나 역시 굉장히 현대적으로 바뀐 부분들에 거부감이 들었다.


리골레토는 만토바의 공작을 위해 일하는 궁정 광대로, 꼽추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처럼 얼굴이 흉측한 사람으로 나오며, 그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쓴다. 믿고 듣는 양준모 성악가님 너무 부티나서 광대 느낌이 안 난다ㅜㅜ

넘나 멋진 양준모 성악가님 (출처: 서울시오페라단)


그리고 공작이 벌이는 광란의 파티는 뮤지컬 ⟪서편제⟫의 클럽 장면 같았다. 완벽하게 조용한 가운데 열심히 춤을 추신다. 그래도 ⟪서편제⟫에서는 음악 소리가 줄었을 뿐 잔잔하게 들리긴 하는데, 여긴 진짜 무반주 댄스라니!


광대 리골레토의 퍼포먼스는 요요였다. 진짜 현웃 터지는 포인트였다.

그리고 주변 날라리 친구들의 패션은 체인 주렁주렁, 목걸이도 주렁주렁 90년대 양아치 패거리 같은 옷차림이라 너무 적응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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