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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May 29. 2023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1)

기다리고 기다렸던 슈퍼스타

공연 기록

2022/11/13(일) 18:30

광림아트센터 BBCH홀

B구역 D열

135분(인터미션 20분)

120,000원(오프닝위크할인)


지저스 임태경

유다 윤형렬

마리아 김보경

빌라도 김태한

헤롯 육현욱

가야바 김바울

시몬 신은총

안나스 김민철

베드로 김영우


브로드웨이 초연은 1971년, 한국 비공식 초연은 1980년. 

굉장한 역사를 자랑하는 고전 중의 고전- 이렇게 롱런하는 덴 다 이유가 있는 법.

꼭 한 번은 봐야 할 뮤지컬이다. 


2015년 사연 공연 이후 아무 소식이 없어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8년 만에 한국에 왔다.



지크슈는 레미제라블, 캣츠처럼 극 전체가 노래로만 이뤄지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칫 지루할 수 있다. 공연 전체에 영어 가사가 많-이 나온다. 어중간한 현지화보다는 이게 훨 나은 것 같다.


극의 내용 면에서 보자면- 예수님 마지막 7일을 그린다. 


어차피 성경의 내용을 기반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감독이 재해석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성 모독이라든가, 유다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한 점이라든가 이런 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구상 단계부터 유다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니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었다.


거슬렸던 세 가지는,


1. 

극이 짧다 보니 충분한 설명 없이 서사와 갈등이 적당한 빌드업 없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성경을 모르면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부분들이 꽤 있다고 느꼈다.


2. 

지저스와 마리아의 관계가 상당히 거슬렸다. (극을 다시 보고 생각해 보니 관계 자체가 거슬렸다기보다는 보경마리아의 해석이 와닿지 않았던 것이었다.) 여기에 보경 배우님의 목소리가 레베카 이히 역에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마리아 역할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3. 

그리고 태경지저스. 

2006년 재연 이후 무려 15년 만에 돌아왔다.

비공식, 공식 공연 통틀어 제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목소리였기에, 살짝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역시 록 음악에 어울리지 않은 목소리였다. 노래는 진짜 명불허전으로 잘하시는데, 록 발성이 나오는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

연기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색했고, 지저스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은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갓상블 역시 위대했다.


오랜만에 본 바울이는 역시 짱이었고,

말해 무엇 우리 육님! 필모 따라가는 맛이 있다. 모든 배역을 이렇게 잘 소화할 수가.

헤롯이 2막에 딱 1번, 그것도 딱 1곡 하고만 하고 들어간다. 근데 1막 다 까먹고 헤롯만 생각나게 하는 엄청난 신스틸러인데, 육님이 표현하는 헤롯은 단언 최고였다.


그리고 유다


"당신이 날 선택했기 때문에 영원히 저주받을 이름이 되었고, 내가 없으면 당신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한다"라고 말하는 유다의 입장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통적인 해석에서 유다는 돈이 탐나 배신한 찌질이로 그려졌지만, 여기서는 굉장히 다양한 감정을 보이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본격적으로 극을 시작하면서 유다가 부르는 Heaven on their Minds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많은 기적을 이룩한 이 순간 모든 걸 다 버리고 왜 죽으려 해 왜
Jesus 제발 이건 말도 안 돼 난 결코 당신 뜻 이해 못 해
. . .
메시아 따윈 다 잊어버려 남겨진 우릴 기억해 줘
제발 우린 여길 지켜야 해
우리가 이겨내고 살아야 해
다시 생각해 줘 제발
Jesus

지저스가 그의 운명을 따라 죽는 것보다는 그의 생각을 바꿔 자신들과 함께 남길 바란다. 


형렬 유다는 지저스의 애정을 바라는 감성적인 유다였다. 자신의 옆에서 왕이 되길 바랐는데, 죽기로 결심한 지저스를 보고 배신하는 유다의 모습이랄까. 사랑했던 존재에게 버림받은 느낌이 많이 났다. 유다가 자살하면서 하는 대사가 배우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형렬 유다는 이게 당신이 원하는 거였냐며- 내가 죽으면 당신이 메시아가 되냐며 말한다. 유다는 지저스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천국에서는 날 사랑해 주겠냐는 가사가 먹먹했다. (아 물론 실제 이랬는지는 모르지만- 유다가 진짜 이랬을까 생각하면 짠하긴 하다.)


죽을 때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결정에 후회하는 감정도 보였다. 


유다가 지저스를 팔아넘긴 후, 고문당하고 끌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단지 (지저스가 그의 길을 가는 것을) 멈추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고문하는지 절규하며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고 말한다. 사람들 역시 유다는 행동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았는데 결국엔 죽음으로 삶을 끝내는 유다를 안쓰럽게 보는 듯했다.


Damned for All Time/Blood Money은 1막 마지막 곡으로 유다가 예수를 파는 장면이 나오고, 2막 후반부에 Judas' Death는 유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이 나오는데, 1막 넘버에서는 예수의 정보를 넘긴 대가로 은화를 받은 후 "Well done Judas, Good old Judas"라는 합창이 뒤에 깔린다. 2막 넘버에서는 같은 멜로디로 "Poor old Judas, So long, Judas"라고 노래한다.



지저스와 유대의 대결을 그리는 2막 첫 번째 넘버 The Last Supper도 진짜 좋다.....! (영상을 첨부하고 싶지만 국내 버전 풀린 것이 진짜 없는 지크슈라.. 너무 아쉽다.)




넘버 가사를 쭉 읽어보면 극 대충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지만, 라섶, 겟세마네, Judas' Death 세 곡만 읽고 가도 극 전체를 파악하기에 좋을 것 같다.


다음 주에 마저스로 한 번 더 볼 예정인데, '지크슈 = 마이클 리'라는 공식이 어딘가엔 있기에 오늘 느꼈던 불호 포인트가 어떻게 돌아설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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