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0(일) 18:30
광림아트센터 BBCH홀
B구역 J열
135분(인터미션 20분)
127,500원(조예할)
지저스 마이클리
유다 윤형렬
마리아 제이민
빌라도 김태한
헤롯 육현욱
가야바 이한밀
시몬 윤태호
안나스 김민철
베드로 김영우
좋은 중블 자리가 있기에 조직장님과 데이트를 했다.
치킨홀 무대가 안 먼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먼 데다가, 극 자체의 조명이 어두운 편이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무대 전체의 느낌과 갓상블의 무대를 보기엔 훌륭한 자리였다.
역시 마저스! 인간과 성인(聖人) 사이에서 갈등하고 이겨내는 온화한 지저스 그 자체였다.
그리고 역시 마저스의 겟세마네... ㅜㅜㅜ 스토리, 조명, 의상 없는 그냥 생(?)콘서트 무대에서 보고 홀딱 반했는데, 극 중에서 들으니 더더더더 좋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중 Gethsemane [230319 열린 음악회]
최신 영상이라 화질도 좋고 그의 실력은 여전하지만, 무대를 꼭 봐야 한다.. 백만 배 더 좋다... ㅜㅜ
확실히 두 번째 보고 나니, 첫 관극의 불호 포인트는 많이 사라지고 극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예수님은 스스로 슈퍼스타가 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대중은 그들의 원하는 대로 예수님을 슈퍼스타로 만들고자 했으며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으니 결국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는 대중들의 행동이 더 확 다가왔고, 예수님을 팔아넘긴 배신자로만 읽고 이해했던 유다의 복잡한 감정을 더 잘 따라갈 수 있었으며, 저번에 불호 포인트였던 지저스와 마리아의 관계도 훨씬 나았다.
저번 후기에서 유다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엔 다른 포인트를 이야기하려 한다.
그들의 원했던 메시아, 대중들이 슈퍼스타
기적을 베풀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듯한 모습에는 영원한 왕처럼 떠받들다가 나락으로 떨어지자 군중들은 "우리에겐 오직 시저뿐, 다른 왕은 없다"라며 십자가형에 처하라는 모습이 극 전체에 잘 나타난다.
<The Temple / Lepers> 넘버에서는 돈벌이가 제일 잘 되는 것이 '지저스'다.
돈이면 뭐든지 OK
하나님 계신 이곳 돈 벌기 안성맞춤
하나님 이름 팔면 모든 게 만사 OK
하나님 이름 팔면 불가능할 게 없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버리고 상업적으로 그의 이름을 이용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성전이 장사치의 소굴이 되는 그 장면이다. 성전 앞마당에 지저스를 사칭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귀신을 쫓는 퍼포먼스도 하고, 섭외한 사람들과 짜고 병자들을 고치는 연기를 한다. 상인들의 좌판에는 담배와 양주가 깔려있다. 극 통틀어 제일 충격적인 소품이었는데, 지저스의 십자가도 굿즈로 판다.
예수님을 사랑했던 마리아
<Strange Thing Mystifying> 넘버에서 보면 "모든 남자와 다 놀아나는 이런 마리아 같은 여자와 왜 노느냐"며 유다가 대놓고 지저스와 마리아를 조롱한다. (물론 이 넘버 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약간의 비판/조롱조가 섞이긴 했다.) 성경에선 유다가 이 대사를 하진 않았는데 - 바리새인적인 마인드를 가진 그 시대 대중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유다를 그린 것 같기도 하다.
지저스는 "너희 중에서 죄 없는 자가 이 여자를 향해 돌을 던지라"며 대꾸한다(요한복음 8장).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넘버는 그냥 평범한 사랑 노래다. 지저스를 이성으로 사랑한 마리아가 부르는 노래인 것 같으나, 오늘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인간이어서 가능했던 이성을 향한 사랑의 모습이었는데, 예수님께 사랑을 고백하고 그분을 만나서 달라졌단 가사를 들으며 메시아로 존경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받았다. 그리고 이 연기는 혼란스러웠던 그때 당시의 사람들의 마음으로 해석되었다.
제마리아가 예수님이 마지막에 돌아가신 후에 발을 만지고 흠칫하며 올려다보는 연기도 인상 깊었다.
슈퍼스타가 되고 싶었던 헤롯
온갖 황금빛으로 치장하고 등장한다. 화려함의 극치로 표현되는 헤롯은 이스라엘의 왕이다. 왕이 실제로 있는데 대중들이 지저스를 슈퍼스타로 떠받드는 이 모든 것을 봤다.
난 너무 기뻐 이 즐거운 만남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 생전 처음 봐
. . .
Jesus Jesus 귀 따갑게 들어왔어
입만 열면 얘도 쟤도 Jesus, Jesus, Jesus!
. . .
왜 이렇게 꾸물거려 잘난 superstar 수리수리 마수리를 해보라니까
야 뭐 해 난 팬이라고 팬 이 양반이 장난쳐 나 숨 넘어가네
이봐 You're the Christ, You're the great Jesus Christ
이 빵으로 다 먹여봐 모두가 배 터지게
헤롯이 부르는 넘버는 극 내내 무거웠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넘버다. 그래서 살짝 흐름이 샜다가 들어오는 것처럼도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헤롯은 예수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죽이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가 대중의 슈퍼스타가 된 후 드디어 만났지만 그는 고문 당해 거지꼴을 한 모습이다. 물 위를 걸어라, 배가 터지도록 먹여라, 너를 증명해라 등 온갖 조롱을 퍼붓는다. 결국엔 너는 아무것도 아니고 진정한 왕은 자신이라는 것을 스스로 세뇌하듯 연기하는데, 아마도 이 넘버의 연출과 의상은 헤롯의 자격지심을 감추기 위해 더 화려하게 치장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넘버에서 지저스는 고문 당해 지친 모습으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헤롯만 주구장창 얘기한다.)
들으면 들을 수록 중독되는 넘버와 광기어린 연기를 보며, 보기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롱런하는 극은 언제나 후회없는 선택이다. 국내 공연 OST가 없는 것이 진짜 너무 유일한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