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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Mar 20. 2023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

시칠리아 독립 만세

공연 기록

2022/06/02(목) 19:30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B블록 6열

185분(인터미션 2회 총 30분 포함)

120,000원




엘레나 서선영

아리고 강요셉

몽포르테 양준모

프로치다 최웅조

베튄 유명헌

보드몽 박의현

니네타 신성희

다니엘리 조철희

테발도 최성범

로베르토 김석준

만프레도 이요섭


코리아쿱오케스트라

노이오페라코러스

코드공일예술연구소



그대는 통곡하는 뱃사람의 소리가 들리는가?
자유를 갈망하는 숭고한 자들의 기도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

국립오페라단,

국내 초연


이 네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는데,

상상 이상의 무대가 펼쳐졌다.






공연은 더 바랄 것이 없이 좋았다.

그래서 불편했던 점을 먼저 말하면, 


단차 와우 

심지어 지그재그도 아니라 앞사람 자연재해 발생하면 가려진 부분은 그냥 끝날 때까지 못 본다. 

그리고 6열은 눈높이라 좋았는데, 무대를 깊이 쓰면 조금 멀다고 느낀 부분이 있어서 더 뒤쪽에 앉으면 정말 멀 것 같다. 

하지만 1층 앞쪽 단차 감안하면... 차라리 뒤가 나을지도(아 몰라) 


자막 스크린 

다른 언어로 하는 오페라 특성상 자막 필수인데, 자막 스크린이.. 

왼쪽 박스석 근처 모니터 1대, 오른쪽에 1대, 그리고 무대 저어어어 위... 왜 1-2열이 R석인지 깨닫는 순간. 

6열 중앙이라 양쪽 모니터는 아예 볼 수가 없어서 무대 위의 스크린을 봤는데 목이 너무 아팠다. 


BUT 오페라는 반복이 많아 자막을 한 번만 보고도 다시 무대로 눈을 돌려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그래도 진심 거의 뒤로 누워서 눈 r만 굴려서 봐야 할 정도. 


그래서 그런지.. 앞사람들도 다 누워서 관람하느라 2막 정도 되니 앞서 말했던 시방이 없어졌다 (:





처음부터 끝까지 으로 극명한 대비를 연출한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첫 장면에서 흰옷 입은 사람들이 나무에서 주황색푸른색 열매를 따더니 

프랑스인과 시칠리아인으로 변하면서 극이 시작했다. 


그리고 극이 끝날 때까지 등장한 색은 단 4가지, 

흰색, 검은색, 주황색, 푸른색. 


근데 이 푸른색이 turquoise 색이라고 느꼈는데, 

찾아보니 보석 turquoise는 로열, 지배, 통치의 의미가 있는 듯하다. 


아주 예전부터 성스러운 돌(holy stone)이었다고 하며 대제사장의 옷에도 쓰였다고 하니, 압제자 프랑스인과 매우 잘 어울렸다. 


특히 4막에서 아리고가 진짜 엄청 긴- 

무대 끝에서 끝까지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던 

푸른색 긴 천(흡사 망토)을 힘겹게 어깨에 메고 걷는 모습이 

그가 어쩔 수 없지 지고 가야 하는 '프랑스 통치자의 아들'이라는 운명의 십자가처럼 느껴졌다. 


엘레나에게 고백하며 마음을 내려놓을 때 

망토를 묶고 있던 끈을 푸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엘레나에게 고백함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십자가를 따악 내려놓는 모습과 같았달까.



오렌지색은 나라마다 문화마다 다른 의미를 갖지만 대체로 힘, 용감함, 불, 순수함, 자유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하니 이 점도 매우 흥미로웠다. 미국 죄수복이 오렌지색인데, 억압받고 통제받는 자의 느낌도 나는 듯해서 시칠리아인을 표현했던 오렌지색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역사적인 배경을 따르거나 회상하고 싶지 않고,
오히려 역사에서 벗어나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 연출가 파비오 페레사의 글 중에서-


"차별이 반복되어 영구화되고 사람들을 구분 짓고 분류하기 때문에 

우리가 바라야 할 사회는 평화와 보편적 평등을 구하며 

사람 간의 차이를 극복하는 사회를 말하고 싶었다"는 

연출가의 의도답게 


3막 가면무도회에서 가면을 쓰고 춤을 추던 사람들은 흰색 옷을 입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동성 커플만 탄압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5막에서 엘레나 아리아 땐 아름답게 피어있던 꽃이 

프랑스 군이 나타날 때 모두 저버리는 연출도 좋았다.




1855년 6월 라프마 국립극장에 초연이 올려진 이후, 

국립오페라단에서 선보인 베르디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초연의 첫공! 

뭔가 호국보훈의 달에 어울리는(?) 극이다. 


아리아-듀엣-합창의 구조로 이뤄져서 그런지 주연 배우님들은 정말 쉬지 않고 노래하시는 듯했다.

장면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베르디 특유의 선율이 무대와 조명과 잘 어우러져 지루할 새 없이 3시간 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그리고! 

프로그램북도 너무 알차서 더욱더욱 칭찬할 만한 공연이었다. 



참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공연이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3막 마지막 곡. 최고였다! 

BRAVO



https://www.nationalopera.org/c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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