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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Dec 24. 2023

뮤지컬 <렌트>

화끈한 청춘들의 삶, No day but today

공연 기록

2023/12/03(일) 14:00

코엑스 아티움

OP석 1열

160분(인터미션 20분)

117,000원(토핑할인)

로저 장지후

미미 김환희

마크 배두훈

콜린 윤형렬

엔젤 김호영

모린 전나영

조앤 정다희

베니 구준모


90년대 록 뮤지컬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며,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된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작품상(조너선 라슨), 작곡상(조너선 라슨), 각본상(조너선 라슨), 남우조연상(윌슨 저메인 헤리디아) 등 네 개의 토니상을 수상했으며, 퓰리처상을 받은 열 개의 뮤지컬 중 하나. '렌트'가 1996년 수상한 이후 2010년이 되어서야 넥스트 투 노멀이 또 하나의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출처: 렌트, 나무위키

이 작품을 쓴 조너선 라슨(Jonathan Larson)은 연극예술을 전공한 사람으로,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연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청년이 된 라슨은 맨해튼의 5층 다락방으로 이사 가는데, 뮤지컬 <렌트>는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그리나 정작 본인은 이 작품의 초연 전날 사망해 공연을 보지 못했다.

Viva! La Vie Bohème!


이 작품에 빠진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길래, 궁금했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렌트'에 열광하게 했을까.


뮤지컬 <렌트>는 글만으로는 그 느낌을 전달하기 상당히 어려운 뮤지컬 같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현대화한 이 뮤지컬은 라슨처럼 뉴욕 빈민가에 모여사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희망을 그리는데... 


복잡하다. 스토리가 산만하다고 느낄 정도. 극을 관통하는 주제는 있으나, 중심이 되는 사건은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등장인물도 많고, 각자의 스토리도 있다. 한 번 보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지만, 각자 스토리를 풀 시간이 부족해서 중간중간 아쉬운 느낌이 있다. 동성애, 에이즈, 마약, 매춘 등 주제도 엄청나게 화끈하면서, 또 매우 심각하다. 그래서 그런지 안무나 가사가 무척 과감할 때가 있어서 무방비 상태라면 상당히 놀랄 수 있다.


사실 상당 부분에서 공감하지 못해서, 감동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나 왜 울고 있냐...  


Musical Rent is about being young in New York
Being brave and being scared
Being in love and being in trouble
Having hope for today and faith in tomorrow


뮤지컬 <렌트>는 무모하고 불안정한 청춘,

용감하고자 하지만 두려움이 가득한 젊음을 그린다.


사랑하고 싶지만 만만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오늘을 살아낼 희망을 갖고 다가올 내일에 믿음으로

또 한 걸음을 내딛는 우리의 청춘을 그리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뮤지컬의 수많은 대표 넘버 중 'Seasons of Love'는 그 무엇보다 마음속 깊이 와닿는다. 대체적으로 평범하고 무난한- 돈 한 푼 없이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있거나 죽을병에 걸려있지도 않은- 나는 일 년을 어떻게 살았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죽음을 눈앞에 둔 이 젊은이들이 그렇게 외쳤던 '귀한 시간'을 나는 '희망과 사랑'으로 채웠을까. 나는 무엇으로 지난 1년을 채웠을까? 


복잡하고 산만한 스토리를 넘어서는 메시지는 분명 존재한다. 연말에 보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따뜻한 극임에는 분명하다.


누구보다 섹시하고 누구보다 남자다웠던 엔젤과 한없이 방황하며 흔들리던 친구들이 기다리던 오늘의 희망과 내일의 믿음, 서로를 향한 사랑이 사람들이 그토록 <렌트>에 열광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멋진 배우님들이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Seasons of Love.

역시 사람의 목소리는 제일 아름다운 악기다. OP 1열에서 벌게진 눈으로 천국을 맛보았다.

(2절 찍은 동영상도 있는데 크기 제한으로 못 올리는 것이 넘 아쉽다.)

오십 이만 오천 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우리들 눈앞에 놓인 수많은 날

오십 이만 오천 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채운 일 년의 시간

날짜로? 계절로? 매일밤 마신 커피로?
만남과 이별의 시간들로?

오십 이만 오천 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채운 인생의 시간

그것은 사랑
그것은 사랑
그것은 사랑
그것은 사랑

사랑으로


덧. '김환희+전나영' 배우 고정으로 고른 회차였는데.... ㅜㅜ 역시 나의 믿보배 <3

덧2. 이후, 12월 10일에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에 관한 다큐 영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를 봤다. 뉴욕에서 가난하게 예술을 이어가던, 시대를 앞서간 그의 예술과 삶을 보면서 이 뮤지컬이 떠올라서 뭔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상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기회가 된다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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