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7시즌.
시즌 MVP vote 3위. 레너드의 팀 샌안토니오 61승 21패 서부지구 2위. 던컨 은퇴 이후 새로운 산왕(샌안토니오)의 왕이 된 레너드.
* 74 경기 25.5 득점 48.5 야투율 38.0 삼 점 슛 성공률 88.0 자유투 성공률
180클럽(야투율+3점 성공률+자유투 성공률)에 근접한 효율로 1.8개의 스틸을 뜯어내는 리그를 대표하는 공수겸장으로 떠오른 시즌이었다. 물론 직전 시즌은 MVP 2위와 67승을 기록했지만, 공격 볼륨까지 엘리트 포워드 수준으로 올라온 시즌은 16-17시즌이었다.
16-17 시즌 스포트라이트는 골든스테이트에 있었다. 지난 시즌 역전 우승을 르브론에게 내준 뒤 케빈 듀란트를 영입하며, 커리+탐슨+그린+듀란트로 이어지는 초사기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서부 결승 골든스테이트와 레너드의 샌안토니오가 만났다. 전문가들, 도박사들 모두가 워리어스의 압승을 점치던 1차전. 골든스테이트의 홈. 한 남자의 학살이 시작됐다. 3쿼터 7분 55초 부상으로 나가기 전까지 26득점. 점수 차는 한때 25점까지 벌어졌던 원 사이드 한 경기. 워리어스의 인사이드를 완벽히 유린하는 페넌트레이션(penetration)과 덩크. 견제가 들어오면 적절한 킥아웃 패스. 전혀 긴장하지 않고 받아 넣는 베테랑 조력자들. 노란 물결의 오라클 아레나(워리어스 홈)는 허탈한 야유만 간간이 뱉어낼 뿐, 원치 않는 검은 유니폼의 사나이의 원 맨 쇼를 감상할 뿐이었다.
이미 2라운드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부상으로 두 경기 결장했던 레너드. 동료의 발을 밟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리고 현재 NBA 룰을 바꾼 사나이 자자 파출리아의 발 집어넣기 공격으로 레너드는 쓰러지고 말았고, 결국 복귀하지 못했다. 당시 포포비치 감독은 명백한 고의라며 파출리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파출리아가 착지 후 한 발 더 들어갔으니 명백한 고의였다. 그러나 레너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파출리아를 전혀 비판하지 않았다. 코트 흐름은 완전히 뒤 바뀌고, 워리어스는 레너드가 빠진 샌안토니오를 4-0으로 손쉽게 압도하고 결승에 올라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부터였을까 레너드는 샌안토니오 공동체와 마찰을 빚게 된다. 돌아오는 17-18시즌 생각보다 복귀가 늦어지던 때. 같은 calf(종아리) 부상을 앓던 팀의 베테랑 토니 파커가 ‘자신보다 덜 심한 부상을 입고도 연태 복귀하지 않는다’며 레너드를 공식 석상에서 비판했다. 그리고 레너드의 스승 포포비치도 ‘그들에게 가서 물으라.’며 끈끈한 샌안토니오 공동체에서 레너드가 빠져있음을 암시했다.
불화설이 나돌던 17-18시즌. 레너드는 9경기만 출전했고, 포포비치는 그를 누구도 원하지 않는 북방의 팀. NBA 유일의 캐나다 연고 팀이자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토론토로 유배 보내버린다. 그에게 기대를 거는 이는 거의 없었다…
드라마가 시작됐다. 2018년 시즌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ESPN은 레너드가 끝났다며 그의 내구도를 의심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 토론토를 우승후보로 여기지 않았다.
동부 2위로 시즌을 마무리 한 토론토. 이적 첫해였지만 레너드는 팀에 잘 녹아들었다. 새가슴 가드 라우리를 비롯해, 아프리칸 파워포워드 시아캄과 이바카, undrafty(프로 지명을 못 받은 선수) 밴블릿, 식스맨 노먼 파월, 나중에 트레이드 되어 온 마크 가솔, 그리고 최고의 공수겸장 레너드까지. 레너드의 영입과 함께 새로 선임 한 루키 감독 닉 널스를 위시로 토론토는 단기간에 단단한 팀이 됐다. 그래도 여전히 우승후보는 아니었다.
1라운드 동부 약체 올랜도를 가볍게 꺾고 올라온 토론토의 상대는 필라델피아 76ers. 정규리그 맞대결은 토론토가 모두 이겼지만, 플레이오프 필라델피아는 어마어마한 홈 관중들을 등에 업은 다른 팀이었다. 3차전을 필라델피아가 가져가며 시리즈를 1-2로 뒤집자, 나는 전력 차를 실감하며 레너드의 건강한 복귀에 만족하려 했었다.
위기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카와이 레너드. 그는 미쳤었다. 우승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팀답게 레너드를 제외한 거의 모두가 ‘레너드 해줘.’만을 외치던 때. 그는 해줬다. 진짜 해줬다. 다 해줬다. 그리고 7차전 또다시 자유투의 악몽이 레너드의 발목을 잡았다. 시리즈 3-3, 89-88 토론토 리드. 레너드의 자유투 2샷. 또 2구를 흘리며 버틀러에게 동점 레이업을 맞아버린 토론토. 2013시즌 마이애미와의 결승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레너드는 다시 한번 위기를 극복했다.
역대 nba 최초 7차전 위닝 버저 비터. 전무후무한 최고의 버저 비터. 림에 세 번 맞고 비비디바비디부. 레너드는 생에 처음으로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기쁨도 잠시, 동부 결승. 아데토쿤보가 이끄는 밀워키에게 0-2로 끌려가며 맞은 3차전. 레너드는 왜인지 무릎이 불편해 보였다. 이제 동료들이 나서줄 차례. Undrafty 밴블릿을 필두로 레너드를 돕기 시작하는 (토론토) 랩터들. 모든 플레이가 되기 시작한다. 레너드는 아데토쿤보를 제어해 밀워키를 묶었고, 동력을 얻은 토론토는 0-2를 4-2로 뒤집고 결승에서 결국 골든스테이트를 만났다.
이번엔 상황이 역전되었다. 3연속 우승을 바라보던 골든스테이트에 듀란트가 아웃되고, 결승전에서 탐슨마저 부상을 당해버린 상황. 매 경기 접전이었지만, 단 한차례도 워리어스가 전처럼 강해 보이지 않았던 시리즈. 레너드는 2년 전의 복수를 완벽히 하고 2번째 파이널 mvp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토론토가 그토록 염원하던 첫 우승을 팀에 안긴다.
설명이 길었다. 영상이 더 잘 설명하는 걸 굳이 글로 적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긴 장황설을 늘어놓은 이유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사랑해 줬으면 하기 때문에. 2019시즌 레너드의 플레이오프 하이라이트는 마음이 지칠 때마다 찾아본다. 이제 모든 플레이를 다 외울 지경에 이르렀지만, 모두가 의심하던 때에 완벽히 증명해낸 사나이. 2년 전 자신을 부상시킨 선수의 선의를 믿는다며 단 한차례도 파출리아를 비난하진 않았지만, 원치 않는 부상과 갈등을 야기한 팀을 이기기 위해 얼마나 이를 갈았을지 모든 플레이에 다 보인다.
Doubt me now. Doubt me now. They all doubt me. Doubt me now!
디아즈에게 복수하고 수십 번이고 외쳐대던 맥그리거처럼. 레너드도 얼마나 되뇌었을까.
Surprise, surprise motherf000er! The king is back.
나도 그와 같아지고 싶은 걸까.
번데기 안에서 부화를 꿈꾸면서.
마침내 마음껏 비행하며 모든 의심들을 조소하는 것으로.
조용하지만 깊이 느끼고 싶은 그 성취감.
그 달콤함을 맛볼 거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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