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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s Playlist] 인생곡 #1

by ALGORITHM
I've been tryin' to make you love me
But everything I try just takes you further from me

Kanye West - Ghost Town 中


알고리즘은 이따금씩 위대하다. 잊고 지내다가 자동 재생으로 간만에 듣게 된 'Ghost Town'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가사를 주의 깊게 보며 들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서도 화자의 당시 심정을 어림잡아 볼 수는 있었다. 어쩌면 이런 사유를 하고 이 정도의 예술을 하는 슈퍼스타가 제정신을 유지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Ghost Town이 필자의 인생곡 리스트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내면의 깍쟁이적 면모가 "그걸론 부족해"라고 주장했다. 인생곡이라 함은 '인생'이라는 무거운 수식어가 붙는 만큼 선정에 매우 신중해야 하며, 인생에 미미한 영향이라도 끼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듣기에 좋고 감정을 울리기만 했던 Ghost Town은 탈락이다. 그럼 이 명곡이 끼지도 못하는 필자의 인생곡 플레이리스트엔 뭐가 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곡 선정 이유는 궁금하지 않더라도 노래는 들을만할 것이라고 자신한다(제발).


1. Lykke Li - Let It Fall

So I weep

Lykke Li - Let It Fall 中


'쟤는 인생곡을 소개한다 해놓고 아무도 안 들어봤을 것 같은 노래나 알려주네, 홍대병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맞다. 이 곡은 내 생애 첫 번째 홍대병스러운 행보를 상징한다. 필자는 싸이월드 세대이기 때문에 미니홈피를 했지만, 뭐를 올려야 할지 몰라 일촌평, 방명록 외에는 텅텅 비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GM을 사기 위해 도토리를 사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에도 음악을 좋아했으며, 내가 이 정도의 음악을 듣는다고 떠드는 것이 최고의 허세였지 않나 싶다. 위 노래는 '가장 아무도 안 들어봤을 법한 노래'를 필사적으로 찾다가 알게 되었으며, 단순하고 중독적인 멜로디, 애매하고 묘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결국 도토리 6개를 지불하게 만든 곡이다. 솔직히 말해서 Lykke Li가 누군지도, 어떻게 읽는지도 잘 모르며, 다른 곡을 몇 개 들어보지도 않았다. 위에 인용한 가사는 필자가 기억하는 해당 곡 가사의 전부이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수박 겉 핥기 식 "난 남들과 달라" 정신의 뿌리가 되는 시절을 대표하는 곡이어서 선정해 봤다.


2. The Quiett - Tomorrow (Remix) (feat. Dok2 & Beenzino)

아무도 나의 꿈을 믿지 않았던 때도
난 이미 다가올 영광을 맞이할 준비를

The Quiett - Tomorrow (Remix) (Feat. Dok2, Beenzino) 中


래퍼가 성공 이전의 독한 마음가짐을 이야기하는 것은 힙합에서는 흔한 일이다. 정말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업종이기 때문. 수능만을 바라보던 10년 전 필자 또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와중 일리네어레코즈가 등장했고, 당시 힙합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그 셋을 동경하지 않은 이가 있었을까. 혹자는 이 3인방을 국내 힙합에 돈 자랑 문화를 들여온 힙합 문익점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나에게 있어 이들의 음악은 인생의 지침서 같은 것이었다. 특히 더 콰이엇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 관한 가사로 앨범을 꽉꽉 채우곤 했는데, 'Tomorrow (Remix)'가 나왔을 당시 빈지노의 벌스가 궁금해서 헐레벌떡 들었다가 더콰이엇의 가사에 뒤통수를 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꿈이라는 것은 그저 모호하기만 한 것이었는데, 명확한 목표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성공으로 이어짐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더 콰이엇의 행보, 그리고 그것을 담은 가사는 논란거리였던 그의 랩 실력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게 만들었다. 현재는 다소 힙합과는 멀어진 행보를 통해 비난받고 있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더 콰이엇의 앨범을 한 번쯤 맛보는 것은 어떨까.



3. Sik-K (식케이) - 랑데뷰 (Rendezvous)

사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그걸 사랑이라고 난 발음하지

Sik-K - 랑데뷰 中


신동갑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필자는 음악을 본격적으로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흔들리지 않는 멘탈리티는 체득하지 못한 채, '이걸로 내가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까?' 따위의 의심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러던 중 식케이가 등장했고, 그의 첫 앨범 'FLIP'은 정말인지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래 너무 좋다’와 ‘이 정도면 비벼볼 수 있겠는데?'가 공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필자는 그를 레퍼런스로 삼아 '싱잉랩'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특정 장르에 호기롭게 도전했고, 그 결과, 현재 식케이는 한 레이블의 수장이 된 반면 본인은 이런 글을 쓰고 있다. 사황 카이도우는 최악의 세대 일원인 유스타스 캡틴 키드를 반 죽여놓고서는 "이봐! 네가 가르쳐 줘라. 같은 세대의 멍청이들에게! '어서 도망쳐라! 우리들이 했던 건 해적 놀이였다!!'...라고!!"라는 대사를 쳤다. 필자의 힙합 놀이 여정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으며, '남이 하는 일들이 쉬워 보인다면 그것을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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