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이제 막바지로 저물고 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순위에 상관없이 가슴을 뜨겁게 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의 효자 종목은 단연 수영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본격적으로 국민의 마린보이가 됐던 박태환 해설위원은 계영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선수들을 부러워했다. 혈혈단신 세계적인 선수들 틈에서 홀로 경쟁하려니 외로웠을 터.
포스트 박태환으로 불렸던 황선우 선수 말고도, 김우민 선수, 백인철 선수 등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메달을 수확한 선수들 외에도 총 24명의 한국 수영선수들이 뜨거운 역영을 펼쳤다. 특히 김우민 선수의 자유형 400m 퍼포먼스는 한창때 박태환을 떠올리게 하는 짜릿함이 있었다. 그런데 여러 번의 메달 시상식을 반복해서 보다가 의문이 생겼다. 이건 동아시안 게임인가. 포디엄에 오른 선수들은 거의 모두가 한중일 선수들이었다. 잊을만하면 홍콩 선수나 베트남 선수가 시상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가끔이었다. 되짚어보니 경기 양상도 그랬다. 한중일 세 개의 나라가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두를 두고 각축을 벌일 뿐, 다른 국가 선수들은 한참 뒤에야 터치패드를 찍는 일도 허다했다.
수영(경영) 종목에서 수여하는 금메달은 41개, 총 123개의 메달 수상자 중에 한국인 수상자는 22명이었다. 그리고 한중일 선수를 제외한 다른 나라 선수들은 고작 13번 시상대에 올랐다. 110개의 메달을 한중일 세 나라가 나눠 가진 것이다. 메달의 의미를 퇴색해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낮추고자 함은 결단코 아니다. 그러나 영법으로, 거리로 나눠 수없이 많은 경기가 열리고 대회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쏟아지는 건 사실이다.
올림픽은 수영(경영) 종목에 35개의 금메달, 총 105개의 메달을 수여한다. 105개의 메달은 지난 도쿄 올림픽 종목 중 가장 많은 메달을 수여한 종목이다. 그런데, 아시안 게임 국가별 메달 수 1,2,3위를 차지하는 세 나라만 각축을 벌이는 이 종목, 수영의 메달 수 123개가 과연 온당한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올림픽의 모토는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 - 다 함께’다. 2년에 한 번, 동 하계를 나누면 4년에 한 번 열리는 인류 최대의 축제다. 선수들은 필드에서 자웅을 겨루고, 세계 시민들은 각지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화합하며 다시 한번 인류의 박애를 다지는 순간이다. 아시아인들의 올림픽인 아시안게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드미트리오스 비켈라스와 함께 1894년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를 설립한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회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닌 얼마나 잘 싸우는 것이냐다."라며 나의 삐딱한 시선을 나무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때이른 세리머니를 하다 금메달과 병역을 날린 정철원 선수가 참가한 롤러스케이트 종목이 수영만큼 메달을 준다면, 아시아에서 2위를 하고도 SNS에 사과문을 올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수영은 1896년 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부터 시작한 ‘근본’ 종목으로 위상이 대단하다. 인류의 발전사를 되짚어 봐도 생존과 수렵에 수영은 떼놓기 어려운 인류의 종목이다. 그러나 왜 하필 수영 종목에서 메달 따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인 강국들인 건지… 헤게모니라는 단어를 써가며 음모론을 펼치고 싶은 날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나라가 섬이니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