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자격지심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술자리에서 혼자 담배 피우는 친구를 따라나갔다.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난 나도 모르게 인정해버린다.
“그러게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잘 안되네.”
숨겨둔 치부를 들춰낸 것 같은 낯 뜨거움이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네가 뭘 안다고 그렇게 쉽게 말하냐고 윽박지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눌렀다. 다시 술자리에 돌아온 뒤 내 귀에는 모든 말이 자격지심으로 들린다. 그날 밤 나는 집에 돌아와서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그가 내게 그동안 해왔던 여러 의심들. 하나하나 곱씹을수록 그가 미워졌다.
나는 상처를 두 배로 받는다. 내가 받은 상처를 모두 소화하고 나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준 말과 행동들이 내게 다가온다. 그래서 결국 증오는 수치심으로 변했다가 다시 증오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방향을 선회하여 나를 향한다. 증오는 그렇게 몸집을 불린다.
그렇다. 난 여러 사람의 성공을 질투해왔다. 그런 나를 발견한 뒤로 난 스스로에게 더욱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삶은 무엇인지, 죽음은 무엇인지, 순간을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내게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아서, 권태로운 하루의 끝은 반드시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밝아오는 해는 내 죽음을 재촉이라도 하듯 했다. 질투를 거둬야만 했다.
내 삶은 생각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러나 조금은 휘청대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을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난 변하기로 했다. 그러나 어떤 이에 의해 그저 자격지심이라는 단어 네 글자로 단번에 폄하되고 말았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대번에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의 말들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며칠간, 나는 의미 없이 뱉은 말을 쥐고 있었던 건 나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지난한 반성과 고뇌를 통해 그를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다. 가끔씩 오래 보자는 누군가의 말. 내게는 다짐보다는 바람에 가깝다.
심연을 맑고 자유롭게 다스리고 싶다. 말과 행동. 보는 것과 듣는 것. 부드럽고 여유로우며, 행복하고 싶다.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다. 그래서 난 오늘 그에게 작별 인사를 보내기로 한다.
PS. 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 입에서 나온 부끄러운 말들이 그들에게 새겨졌을 터. 혹시 그대, 미운 내 모습을 가리기 위한 치졸함에 상처받았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과할 기회를 주시길..
FAREWELL TO 그 사람 바로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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