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치고는 둔탁했다. 녀석이 들고 있는 잔의 수심이 내 것보다 높았으니, 우리의 건배가 청아하지 못했던 것은 나의 고민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그렇게 다음 "틱" 하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우리는 다소 간이 센 고등어구이를 오물거릴 뿐이었다. 출근해서 앉아있는 내내 녀석의 얼굴에 온갖 이야기를 토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알코올로 성대 주변을 청소해주지 않으면 벙어리가 되어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요즘은 어떻냐?"
녀석에게 묻고 싶은 것들을 녀석이 알아서 쉬이 이야기해 주길 내심 바라며 그에게 물었다. 그는 높아진 잔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만 같아."
나는 그 특별한 일이 뭔지 미치도록 궁금하면서도 듣고 싶지 않아 졌다. 평생을 별나길 원했던 나의 처지는 비루했기에, 그가 말한 '일'이 정말로 특별하다면 나는 또 말없이 술잔을 들이켤 참이었다.
"여행을 가기로 했어."
"여행? 어디?"
"제천."
"제천은 무슨 일로?"
"무슨 일이 있어야 가나. 가면 뭐라도 있겠지."
"근데 왜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거야?"
"그야 평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담담함을 넘어선 대답에서 나는 진정 애정한다고 믿는 친구 녀석의 일상을 짐작하고는 안도하였다. 또한, 그가 말한 특별한 일이 보통의 사건이었거니와, 내 생각에 제천은 투박한 여행지였기 때문에 나는 투명한 술잔으로 옅은 미소를 가려야 했다. '나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만 충격이 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고맙다 친구야. 내겐 너뿐이다.' 라며 속으로 친구와 내 삶에게 감사를 전하던 중 그가 나에게 물었다.
"너도 같이 갈래?"
"언제?"
나는 너무 빨리 대답한 것을 후회했다. 나 또한 녀석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영위하고 있음을 들키기가 싫었기에 조금은 망설였어야 했다.
"이번 주말에."
"너무 즉흥적인 거 아니야?"
"그래야 더 특별하지. 방은 내가 예약해 뒀으니까 넌 짐만 챙겨서 오면 돼."
"제천까진 어떻게 가는데?"
"내 차로 가지."
"생각해 볼게."
그러고서 우리는 다시 "틱" 소리를 냈다. 이번에는 내 잔의 수심이 한층 높아 보였다. 건배 하는 동안 내 잔에 든 소주가 녀석의 잔으로 튀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미지근한 소주를 들이켰다. 크 하고 시원한 소리를 내면서도 나는 소주잔이 조금 더 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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