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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by ALGORITHM

엔진 소리가 멈추질 않으니 어린 생명이 운다.

죽음이 뭔진 몰라도 두려움을

선득히 느낀 것이다.

알 것 다 아는 이들은 죽은 듯 숙면을 취하다

울음소리에 고개를 한 번 든다.

비행기를 타면 먼저 떠나간 이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하늘나라에 갔다는 관용 표현을 몸 깊숙이에 새겼다는 생각 때문일까.

설렘이 물러가고 그리움으로 나를 가득 채운다.

당신은 거기서 뭘 하고 있을까.

왜인지 우리가 가까워진 것 같아 남몰래 눈물을 삼킨다. 이건 두려움 때문일까.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두려움이 물러가셨나 보다.

새까만 창문 밖으로 붉은 등이 점멸한다.

깜빡 깜빡 깜빡

그 반복은 살아있다는 표식인가.

계속되는 사인 없이는 주검과 다를 바 없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치던 찰나,

다시 또다시 아이가 찡얼거린다.

두려움이여 가셔라.

이건 무지가 아니라 본능이다.

그리움이여 가셔라.

이건 기억이 아니라 죄책감이다.

마침내 비행기가 착륙한다.

나는 두려움과 그리움은 자리에 놔두고,

어떤 피곤과 설렘이 한 데 섞여있는 무리들 틈으로

걸어가기 위해 일어서는 것이다.

그게 나의 이륙과 착륙 사이 사십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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