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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 THE ONLY(上)

by ALGORITHM

7번의 all-defensive team


5번의 all-nba


1번의 all star mvp


2번의 final mvp


2번의 defensive player of the year


내 겨울과 봄을 책임지는 남자. Kawhi Leonard의 수상 이력이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생애는 나무위키에 잘 나와 있으니 내 글이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의 선수 생활의 화양연화를 상편과 하편으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난 최정상에 있는 이들에 도전하는 자들을 좋아한다. 이승엽보단 심정수, 서장훈보단 추승균, 메시보단 호날두, 알도보단 맥그리거..


그런데 nba에서만큼은 르브론 제임스를 가장 좋아했다. 조던에 비견되려는 시대의 재능이 매번 우승 앞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르브론이 마이애미에 big 3를 꾸려 골리앗 같은 몸집을 하고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할 때, 샌안토니오 스퍼스 팀에 콘로우 머리를 한 팔 길쭉한 수비 전문 선수가 눈에 띄었다. 마이애미 3 인방과는 체급이 맞지 않은 유망주였지만 그는 계속 상대를 귀찮게 했다. 파울은 안 하는데 팔이 워낙 길어 그의 앞에서 드리블 치기가 어려워 보였다. 자기 수비 다 하면서, 팀 수비까지 하는 최고의 수비수였다. 레너드가 교체돼 들어오자 르브론의 짜증 나는 표정은 레너드가 ‘게임 x 같이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2년 차 선수치곤 긴장하지도 않고 공격에서도 제법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르브론과 같은 최고의 엘리트 급 선수는 아니었다. 어느 팀에나 있는 전형적인 3&D(삼 점 슛과 수비를 제한적으로 하는 선수) 플레이어였다.


결승에서 그는 르브론을 곧잘 막았다. 샌안토니오가 3-2로 시리즈를 앞서고 있고, 제6경기 4쿼터 20초가량이 남은 시점 스코어는 94-92. 샌안토니오 리드. 공격권도 역시 샌안토니오. 마이애미는 빠른 파울 작전을 통해 시간을 아끼고 빠른 득점을 해도 쉽지 않았던 상황. 첫 패스를 받은 레너드에게 바로 파울이 가해졌다.


자유투 투 샷. 두개를 모두 넣으면 3점슛으로도 동점이 되지 않는, 샌안토니오에겐 절체절명의 기회였다. 그 순간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던 2년 차 포워드는 초구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 터진 레이 알렌의 불세출의 삼 점 슛.



이 실투를 계기로 트로피는 3-4 마이애미의 역전으로 big 3에게 넘어가고, 르브론은 두 번째 우승을 맛보게 된다.


이때를 계기로 절치부심 한 걸까. 또다시 르브론의 마이애미와 던컨을 필두로 한 샌안토니오가 바로 다음 해 결승에서 맞붙었다. 조던 – 피펜 - 로드맨 3인방에 필적하고자 하는 르브론 – 웨이드 - 보쉬. 역대 최고의 4번으로 꼽히는 던컨이 샌안토니오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미 전성기를 지나 노쇠한 상황. 지노빌리, 디아우, 파커가 그를 보좌하고 있지만 마이애미의 3인방에겐 한참 부족했다. ‘낭중지추’ 영웅이 나타날 때였다. 작년의 자유투 실수를 일 년 동안 가슴에 새긴 카와이 레너드. 2014 시즌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된 기량을 가감 없이 펼친다. 그는 르브론을 꽁꽁 묶었다. 르브론뿐만이 아니라 웨이드를 계속해서 번거롭게 했다. 앞선 수비에서 레너드가 상대 볼 핸들러를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마이애미의 볼은 의미 없이 돈다. 설령 레너드가 뚫려도 뒤에서 던컨이 기다리고 있으니 도통 마이애미의 득점이 올라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레너드가 수비만 했느냐. 평균 18점을 아주 효율적으로 적립했다. 골리앗 같은 몸집을 키운 마이애미 3인방에게 다윗의 물맷돌이 마침내 적중한 것이다.



시리즈 전적 4-1. 심지어 마지막 경기는 가비지 게임. 완벽한 복수였다. 물론 개인 성적으로 레너드가 마이애미 3인방을 압도한 건 아니지만, 경기 영향력은 모든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났고, 결국 11명의 mvp 선정단 중 10명의 지지를 받아 역대 최연소 final mvp를 받게 된다.



이 우승은 지금까지 샌안토니오의 마지막 우승이 됐다. 역대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불리는 포포비치의 역량이 최고조에 달했고, 신구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던 시즌이었다. 공은 계속 돌았고 마지막에 잡는 사람이 득점만 하면 되었던 완벽한 시스템 농구. 그리고 데이비드 로빈슨- 던컨으로 이어지던 샌안토니오 프랜차이즈 스타의 왕위를 마침내 레너드가 이어받고, 2014-15시즌은 새로운 스퍼스의 왕으로 옹립한 레너드를 위한 시즌이 될 것임은 자명해 보였던 멋진 마무리였다.


'레너드는 유리몸이다. 레너드는 마이크 웍이 최악이다. 레너드는 누적이 약하다. 레너드는 로드 매니지먼트의 창시자다.'


그래도 그는 ‘농구’를 한다. 한 경기에 70점을 넣는 선수가 종종 보이는 요즘 nba. 평균 30점이 흔해졌고, 3점과 골밑 슛만 쏘는 모리볼이 미덕이 된 요즘 트렌드에도 묵묵히 미드레인지를 던진다. 그는 슈퍼스타임에도 교체로 나오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상대 에이스 락 다운 디펜더가 된다. 슛과 패스가 아니라 농구를 한다. 코트 위에 있을 땐 에고 없이 팀을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한다. 조던과 코비만큼 부드럽고 빠르진 않지만, 왜인지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처럼 오글거리지만 나는 레너드를 사랑하는 10가지가 아니라 100가지도 댈 수 있다.


그는 성장했다. 엘리트 선수들보다 늦은 나이에 nba에 드래프트 됐다. 14번 안에 들어오는 로터리 픽도 아니었다. 삼 점 슛과 수비 전문 선수였다. 그저 그런 커리어를 보낼 것만 같았던 그는 매 시즌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는 2013 시즌의 실수를 완벽히 만회했다. 아니 그 실수를 몸에 아로새긴 듯 처절했다. 그리고 왕좌에 올랐다.


그의 커리어는 순항할 것만 같았다. 파출리아 새끼가 이 짓 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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