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도 떠날 수 있을까

by 초코빵


지난 7년간 회사에 가는 것이

디폴트인 삶을 살아오다가

갑자기 어딘가를 떠나는 결정을 하는건

상당히 설렘반 긴장반이었다.


30대 초반에 석사를, 그것도 아예 모르는 전공으로

하려다보니 이걸 제대로 할지도 모르겠고

미래예측이 아무것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차후 내 밥벌이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면에서는

회사가 내 유학 결정고민을 크게 덜어주었다.


청원휴직이라는 제도가 있고,

자비해외유학으로 인한 청원휴직이

3년까지 가능(필요시 2년 연장 가능)하다는 것을

인사부 동기를 통해 접해 듣고 너무 기뻤다.

무급휴직이며 근속기간 미포함이지만,

유학으로 장기휴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아주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덕분에 석사든 유학생활을 하면서든

기본적인 불안함을 많이 덜 수 있었다.

안되어도 괜찮아~ 난 보험이 있어~ 하며.

돌아가든 아니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그 자체가

흔들리는 멘탈에 주는 안정감은 가히 시몬스급.


우리 회사는 금융업이고, 내 업무는 재무였다.

그런데 내가 하려는 석사 전공은 데이터 사이언스.

직무와의 유관성, 근속태도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혹시 거절당할까 싶었으나, 다행히 승인되었다.

다행히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듯했다...


스위스 살이 2년 후 나는 모종의 이유로 전공을 바꿨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게시할 글들에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이건 결과적으로는 너무 잘한 일이 되었다.

AI가 이렇게 승승장구 중이니깐. 내가 바꾼전공은

언어모델과 자연어처리를 하는 전공이니까 하하

하지만 그 당시 회사는 나한테 뭐라뭐라 했다...

처음에 휴직을 허락해준 전공과 달라졌으니까...힝

하지만 전공을 바꾸면 안된다는 규정은 없던데...^^






물론 청원휴직이 내 뜻대로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회사가 계속 직원들의 자유로운 유학을

도와온 것도 아니고, 이런 제도가 존재한다는것 조차

모르는 직원들이 태반이었다.

인사부와 면담을 했을때도 이런 케이스가 없다고 했다.

대부분은 가더라도 1년짜리 또는 MBA를 간다고 했다.

흠... 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갑자기 크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해서

최악의 경우 퇴사하면 된다! 하며 충격완화용으로

더 극단적인 생각으로 나를 내몰았다.


다행히 주변인들과 상사들이 좋은 분들이었다.

처음 유학계획을 부서장님께 말씀을 드렸을 때,

부서장님께서 이리저리 조언도 주시고

부사장님께 직접 말씀드려주겠다고 하신 기억이 난다.


회사의 결정은 무려 3주가 소요되었다.

선례도 없으니 결정에 고려 요소들이 있었나보다.

결국은 청원휴직으로 잘 들어갔고

취리히 대학교 합격증을 잘 제출할 수 있었다.


난 이렇게 회사 소속 및 정규직 신분을 유지하고
유학을 갈 수 있게 되었다(자본주의 미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유학의 목표가 없을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