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반이 걸렸다
내가 유학을 가려고 결정하고
블로그에 글을 쓸 무렵,
마음에 소소하게 와 걸리는 댓글들을 많이 받았다.
게 중 나를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 것은
'유학하고 나서'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주로 커리어 방향성, 정착여부에 대한 이야기들.
성향자체가 1년 이상의 먼 미래는
잘 생각하지 않는데다가,
유학가서 내 머리로 공부를 잘 할 수나 있는건지
걱정에 잠 못 이루는 고난의 상태라
정착이나 커리어 목표까지는 딱히 없었다.
공부도 너무 오랜만에 하고 돌대가리 같아서
졸업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는데...
그 이상을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더라.
뭔가 빠져있는 느낌 속에 살아가는 현실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건 맞고,
미래에 대한 목표가 1도 없으니
도피성 유학이라고 정의하고
최초의 유학포스팅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유학하는 4년반동안 약 20년간 겪을
좌절을 압축해서 겪고, 힘들어도 무서워도
그냥 한다, do it afraid!하며 살면서도...
계속 저 질문이 나에게 되돌아오더라.
혹시 내가 느끼는 이 힘든 감정은,
목표의식이 없어서 아닐까?
나는 결국 나약해질때마다,
목표가 없으면 오지 말았어야 했나?
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 당시에 그런 생각을 한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때는 내가 그런 마음이었던거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든 길에 꼭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했을까?싶다.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겠다.
나의 경우에는 목표가 아예 없는 유학으로
불완전했기에, 오히려 더 많은 여백이 있었고
새로 다가오는 질문과 생각들로
그 여백을 자연스럽게 채울 수 있었던거다.
목표가 없기에 더 다양한 생각과 경험에 오픈해있고
그 덕분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훨씬 더 솔직하게 마주하게 만든 여정이었다.
불완전이 내게 준 가르침은,
부족함이 아니라 가능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