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자유인 Jul 15. 2021

다른 사람에게 지혜를 구하는 정치인이 그립다

조조와 주공의 인재 사랑

사전에 따르면 학문學問은 ‘어떤 분야를 체계적으로 배워서 익힘. 또는 그런 지식’을 말한다. 사실 학문은 《중용》의 ‘박학심문博學審問(넓게 배우고 자세히 묻는다)’에서 ‘학學’과 ‘문問’을 따와서 만든 말이다. 원래의 의미에서 학문은 배우고 묻는 행위의 축적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시대의 학문하는 사람이나 정치인 중에서 묻는 것을 즐기는 자들은 많지 않다. 물을 때는 자신에게 묻거나 다른 사람에게 물을 수 있다. 자신에게 묻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점검하고 스스로 불확실한 지식을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지식과 지혜를 구하는 과정이다. 두 가지 과정 모두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두 번째 과정이 보다 중요하다. 정치인 및 경영인이 오만과 독단에 사로잡혀 타인의 지혜를 구하는 것을 무시하면 사회 및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보통사람들이야 다른 사람의 지혜를 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나 주변 사람 몇몇에 영향을 주고 말지만 정치인이 및 경영인이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고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힌다면 사회 및 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된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봤거나 알고 있는 정치인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은 확실한 정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전지전능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왜 지금까지도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고 발전은 더디기만 하는지 모를 일이다.      


《맹자》에 ”지금 여러 대국들은 국토의 크기가 비슷하고 정치상황도 비슷해서 어느 국가가 월등하게 낫지 않은 이유는 단지 자기의 말을 잘 따르는 사람을 신하로 삼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가르침을 받을 사람을 신하로 삼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는 말이 나온다. 대단한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들이 자신보다 능력은 부족하지만 편한 인간들만 측근으로 채우고 자신보다 유능한 인재는 내치다 보니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삼국시대 영웅 조조는 천재적 전략가였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를 누비면서 몇 번의 패배도 맛보았지만 결정적 전투는 천재적인 전략을 구사하여 매번 승리로 이끌었으며 탁월한 정치 감각을 발휘하여 삼국통일의 초석을 놓았다. 삼국시대가 위•오•촉으로 정립되어 있었지만 조조의 위나라가 판세의 주도권을 80% 정도 장악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조조의 개인적 역량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와 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재가 위나라에 구름처럼 모여든 것은 조조가 그만큼 인재를 아꼈기 때문이다. 천재적 전략가였던 조조 또한 당연히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다른 지도자와 달리 훨씬 많은 양질의 의사결정을 한 것은 참모들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하고 실제로 수용했던 미덕의 결과였다.      


사실 학문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답보다는 올바른 질문이 훨씬 중요하고 어렵다. 잘못된 질문은 당연히 잘못된 답으로 귀결되고 올바른 질문은 어느 정도 내공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 정치인들이 설마 하니 조조만큼 천재적 역량이 있거나 질문할 것이 무엇인지조차 몰라서 질문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정치인들은 인재가 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한유의 “세상에 백락(중국 고대의 유명한 말 감정가)이 있은 뒤에야 천리마가 있게 된다.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다.”의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인재는 도처에 있지만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려면 정치인들이 자신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자신보다 나은 인재를 끊임없이 찾아 그들에게 묻고 또 물으며 지혜를 구해야 한다. ‘한 번 머리 감을 때에도 세 번이나 감던 머리를 움켜쥐고 나가서 인재를 만나고, 한 번 밥 먹을 동안에도 세 번이나 음식을 뱉어 가면서 인재를 만났다’고 전해오는 공자가 가장 닮고 싶어 하고 흠모했던 주공周公을 우리 시대 정치인 중에서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작가의 이전글 청춘예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