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희망회로

<카페에서> 3

by 반짝반짝

2024.12.29. 신촌 바나프레소 카페에서


어느 마감 중 밤, 침대에서 2호기가 잠들 때까지 기다려주다가 나눴던 말들이다.


“엄마는 놀고 싶다. 치열하게 놀고 싶다. 너 비싼 푸딩이랑 케이크 좀 덜 먹고 학원 몇 개(수영, 피아노, 미술, 줄넘기, 국어학습지, 영어 화상) 끊고 아빠 월급 아껴 쓰면 될 것도 같은데”

그랬더니 2호기로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엄마, 그냥 나 돈 벌게 될 때까지 일하면 안 돼? 나중에 내가 돈 벌어서 엄마 여행 보내줄게요(내가 맨날 너 돈 벌면 엄마 유럽 3개국 여행 보내달라고 해서 하는 말이다).”

“그럼 엄마는 너무 늙잖아. 늙으면 힘들어서 잘 놀지 못할 수도 있어. 나는 지금 놀고 싶은데?”

“그럼, 5년만 더 일해라. 아니면 내가 영어, 수학, 한자, 구몬수학을 끊을게.”

“그건 내가 어떻게든 보내고 싶은 학원들인데 무슨 소리야. 그건 안 돼.”


결국 이렇게 그냥 나는 좀 더 일을 하고 2호기는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는 행복한(?) 마무리. 까짓 엄마가 밥벌이 글 쓰는 틈틈이 기깔나는 진짜 내 글을 써서 대박 작가가 되도록 노력해 볼게. 혹시 알아? 나이 마흔에 등단한 박완서 작가, 카페 휴지 조각에 글 쓰던 조앤롤링의 뒤를 잇게 될지도 모르지.

박완서 작가님이 주부 잡지 공모전을 통해 등단했는데, 난 이미 그 잡지에 기사를 쓰고 있으니까 아주 가망성이 없는 얘긴 아니야. 심지어 조앤롤링은 커피 한 잔으로 버텼다는데, 커피에 케이크 한 조각 곁들이는 내가 뭐로보나 더 상황이 낫지.


한 해가 또 이렇게 초 긍정적인 다짐과 함께 마무리되어 간다. 낡아가면서도 ‘입신양명’의 꿈은 놓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내게 주어진 재능이고, 복 받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

.

고 이 글을 끝낸다면 너무 희망회로 돌리는 걸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프리랜서 글쟁이로 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