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이 많은 시기였다. 잡다하다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제 와서 더 괜찮은 말을 붙이려 애쓰고 싶진 않은 생각들이다. 누구나 비슷하게, 또 누군가는 다를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 세상의 중심은 '나'였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엑스트라와 함께 세상은 굴러가는 것 같았다.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 여러 npc를 만나며 서사를 쌓고 모험을 하며 성장하는 스토리. 그 주인공을 위협하는 것은 모두 '악'이었고, 맞서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에 작은 의심이 피어난 건, 세상의 중심이란 굳건한 생각에 스스로 갇혀버렸을 때였다. 죽음보다 생이 더 가까웠던 시절, 그 초입이 아직도 멀지 않게 느껴지는 시절이었는데, 그때도 가끔 죽음이 스치던 순간이 있었다. 정신을 잃을 정도의 여러 사고들, 어딘가 미아가 되던 순간들, 자전거를 타다 차나 오토바이를 스치던 순간들. 거기에 어설프게 스며들던 종교적 물음이, 몸이 있기 전에, 그리고 없어지고 난 후, 난 그래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같은 걸 생각하게 했다. 무엇인지 모를 공포에 조금씩 생각이 턱턱 막히면서도, 기이한 갈망에 휩싸여, 태어나기 전 그리고 내가 없는 먼 미래를 상상하며, 이런 생각조차도 온 우주에서 흔적도 없이 잿더미처럼 스러져가는 상상을 했다. 세상에 나란 존재는 분명히 엄청나게 거대했는데, 그 중심에 있는데, 그 전에 수없이 거쳐온 많은 역사를 배우며, 한 개인이 가지는 의미가 점점 줄어들어 갈 때, 내 반응은 순응보다는 반항이었고, 나에게 어리광을 들어주는 주변 어른들이 널려 있는 한, 그것도 나름 순조롭게 이어지던 방식이었으나, 또래와의 접점이 유독 많아지던 일곱 살에, 그 어설픈 원초적인 방식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주먹을 뻗던 아이였지만,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아이는 아니었고, 점점 때리는 것보다 맞는 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크게 싸우고 서로 씩씩대며 눈물을 흘리고도, 단 몇 분도 안 지나 같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 정도로 너나 할 것 없던 시절이었지만, 깊은 내면 속 공고히 자리하던 내가 세상이 중심이라는 가치관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는 이게 정말 큰 일이었다. 점점 통제를 벗어나는 세상이 나를 옥죄어오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맞서는 방법을 택했으나 그럴수록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은 점점 더 줄어들었다.
오랜 친구들은 나를 사교성 넘치는 사람으로 본다. 실제로 어느 순간에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청소년기를 지나며 그 안에 자리하던 가치관은 많이 변했다. 어쩌면 모두가 겪는 성장통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성장통이 꽤나 아팠다. 남들과 어울리는 법도 모르면서 나를 봐줄 관심을 찾던 시절, 내가 세상에 중심은 아니었으나, 나의 삶은 내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온전히 돌이킬 수 있도록, 자꾸자꾸 그때 하던 생각을 조금씩 떠올려본다.
어쩌면 생각보다는 눈을 감고 명상을 하듯 그저 돌이켜 보는 것, 무에서 나오지 않고 잠시 이곳에 머물러 짧은 순간을 살아간다는 느낌으로. 나는 어디서 왔을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또 언젠가,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