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만, 가장 외로운 연예인의 삶
"함께 일하던 분들이 떠나면, 남들에게 같이 일했던 연예인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을 해요. 그래서 점점 일하는 분들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술잔을 기울이던 한 연예인이 터놓은 속내에 멈칫했다. 30분 동안 이어진 어색한 분위기가 이제 막 없어질 찰나였다. '이런 고민도 있구나.' 연예인들과 주변의 스태프들이 살갑게 지내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던 터라 어느 술자리에서 마주한 그의 말은 의외였다.
"네…."
내가 해줄 말은 없었다. 그만큼의 경력도, 경험도 없었다. 의례적인 짤막한 대답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약간 취기가 도는 듯한 그의 얼굴에서는 쓸쓸한 표정마저 감돌았다. 그저 술자리여서 무턱대고 꺼내놓은 말은 아닌 듯했다.
연예계 쪽 일은 하지만, 막상 연예인들과 자주 마주치진 못한다. 활동이나 중요한 행사를 앞뒀을 때나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고 대화한다. 항상 연예인의 근처에는 손발이 되어주는 스태프들이 있기 때문이다. 파트에 따라 스태프들이 움직이는 탓에 각 팀의 역할들도 나뉘어 있다.
연예인들이 이끌어가는 곳은 일반적인 회사와 다른 점이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수익을 위해 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기획사 등은 연예인들의 활동을 통해 돈을 번다. 한쪽에서 공장에서 그 제품을 생산하면 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생각, 감정을 지닌 사람이 중심이 된다. 상품이 아닌 아닌 연예인을 통해 감동을 줘야 하는 산업이다.
"악플 때문에 많이 힘들대요. 좋은 방법 없을까요?"
'인터넷 세상'이라는 단어가 진부해질 정도로 요즘에는 대중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전해진다. 연예인들을 향한 팬들의 아낌없는 성원이 쏟아진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루머가 댓글창을 뒤덮을 때가 있다. 팬들을 향한 감사한 마음만큼 연예인들은 악플에 무척이나 힘들어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욕을 퍼붓거나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녀도 괜찮을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하소연할 때도 없다. 흔히들 유명해서 얻을 수밖에 없는 '유명세'라고 치부하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면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나에 대한 뒷말을 한 것을 우연히 알아도 기분이 나쁜데, 뻔히 눈앞에 보이는 댓글창에서 비난이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것이다.
"다 고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어렵네."
그동안 연예인 회사들은 악플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악플러들을 고소하면 '고소'라는 단어가 다시 불을 지폈다. 관심이 없던 이들의 주목을 끌게 된다. "그 루머가 뭐야? 어머 세상에. 생긴 것만 봐도 걔 그럴 줄 알았어." 대응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으면서 루머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간다. 다행히 최근에는 연예인 루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지지하는 분위기여서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사람끼리 하는 일이다 보니 연예인과 스태프들의 오해가 생기고, 마찰이 생길 수 있다. 내부에서 연예인들의 의견이 왜곡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에 비례해 스태프들의 의견이 곡해될 때도 있다. 이와 더불어 팬들 그리고 대척점에 있는 안티팬들은 온라인에서 충돌하기도 한다. 소통 속에 숨어있는 불통들은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항상 그 중간에는 연예인들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예인들은 속내를 털어놓을 상대가 마땅치 않다. 어쩌면 술자리에서 불쑥 낯선 상대인 내게 속에 있던 말을 한 그도 비슷한 처지였던 것은 아닐까.
여느 사회생활이 그렇듯이 연예인들도 가까웠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스태프들 또한 그렇다. 대중도 연예인에 대한 루머가 쌓이면 그 자체를 연예인으로 바라본다. 선망의 대상이 될 법한 연예인들의 삶도 결국 녹록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점점 일하는 분들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는 그의 말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