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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수 Aug 12. 2019

남매가 같이 여행을 간다고?

운 좋게 취향이 비슷한 여동생을 만나 누리는 남매 여행의 행운

"남매가 같이 여행을 간다고?"


 무더운 여름을 앞둔 지난 6월 여동생과 체코, 오스트리아 여행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동생과 여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여름에 처음 블라디보스토크로 여행을 다녀온 후로 지난해 겨울에는 라오스에 다녀왔다. 벌써 횟수로 세 번째 떠나는 '남매 여행'인 셈이다.


 유럽 여행을 마음먹은 뒤 회사에 정기 휴가 신청서를 냈다. 자연스럽게 직장 선후배들과 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어디로 휴가를 갈 것이냐" "누구와 가는 것이냐" 등의 질문을 받았다. 

 "여동생 하고 같이 동유럽 쪽 여행을 가려고요." 

 휴가를 앞둔 설렌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최대한 자제해서 답을 하면 누구든지 언제나 "남매가 같이 여행을 가요?"라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행을 앞두고 처음 안 사실 중에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형제나 자매, 남매끼리 굳이 같이 여행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매인 직장 동료들이나 지인들은 우스갯소리로 "오빠하고 이야기를 언제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동생하고 같이 가면 할 게 있느냐"라고 했다. "나라면 절대 여동생하고 여행은 가지 않는다"고 말한 분들도 계셨다.


 여동생과 나는 취향이 비슷하다. 여행에 있어서는 많이 걷기보다는 한 곳에 머무르며 풍경을 보거나 여행 중 스쳐 지나가는 잠깐의 순간들을 즐기는 편이다. 무조건 어디를 가야 한다거나 유명 장소를 방문해야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운 좋게도 '취향이 비슷한' 동생을 만나 남매가 여행을 다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이번 여행은 동생의 여름휴가 일정에 맞췄다. 급한 일이 없으면 휴가 일정을 쓸 수 있는 나와는 달리 동생은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지정된 일정에 따라 휴가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동생과 '유럽에는 꼭 가보자'고 얘기해왔다. 블라디보스토크가 비록 유럽이긴 했지만, 조금 더 멀리 비행기를 타고 유럽 여행을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블라디보스토크 여행부터 들었다. 


 여행 기간은 7월 27일부터 8월 3일까지로 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2,3주 동안 여유롭게 유럽 곳곳을 다니고 싶었으나 두 사람 모두 직장에 얽매어있는 서글픈 회사원들이라 일주일이 휴가를 낼 수 있는 가장 긴 시간이었다.


 그다음은 여행지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한국에서 직항노선이 있는 도시를 선택해야 했다. 유럽 직항노선은 예상보다 많았다. 그중에 눈에 띄었던 건 단연 '프라하'였다. 2년 전 결혼한 친한 친구가 신혼여행으로 프라하를 다녀온 뒤 정말 좋았었다는 말을 들어왔던 탓이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마냥 프라하에 도착해, 다시 프라하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무작정 비행기 티켓부터 끊었던 건 여행 일정이 한 달 반 정도만 앞두고 정해져서였다. 동생과 나는 암묵적으로 '티켓부터 끊고 보자'라는 마음이 있었던 듯하다. 동생은 동생대로 회사일이 바빠졌고, 나는 당장 호주 출장을 앞두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할 것 같아 티켓 예약부터했다.


 티켓을 예매한 뒤에는 두 번의 여행을 함께 다녀온 나와 동생의 '남매 여행'의 장점이 시작됐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대략적인 여행 계획과 교통편은 내가 담당했다. 프라하를 거쳐 체코 근교 도시인 카를로비바리, 체스키 크롬로프에 이어 오스트리아 할슈트타, 비엔나로 이동하기로 했다. 프라하에서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되 근교 여행 시에는 한국으로 치면 광역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가는 길은 렌트카를 대여하기로 했다.


 동생은 자연스럽게 숙소를 알아봤다. 프라하에서는 조리가 가능하고, 조식을 도시락으로 제공하는 호텔 리지던스로 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교통권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주차장이 구비된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몇 번의 여행을 거치면서 나와 동생은 계획을 정하는 데 있어서 분업이 가능했다. 둘 다 작은 것에 그다지 까탈스럽지 않은 성격 탓에 여행 티켓을 끊은 후 재빨리 일정이 정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유 있는 여행'을 목표로 했지만, 둘 다 욕심을 부려 일정을 팍팍하게 짠 것 같기도 하지만…. 


 동생과 여행을 떠나기 전 항상 듣는 말은 "둘이 엄청 싸울 것 같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동생과 여행 중 다툴 일은 없었다. 둘 다 서로가 정한 일정이나 예약한 것들에 대해서 존중한다. 예를 들어 숙소가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전에 의견을 충분히 나누며 결정한 사항들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고려했기에 후회도, 누구를 탓할 이유도 없다.


 나는 자주 여행을 다니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여행 중 내가 어쩔 수 없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은 당연히 생긴다'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에 불평하기보단 그 상황도 여행의 과정 중에 하나라고 여긴다. 일을 할 때는 정해진 순서대로 계획적으로 해야 능률이 올라가지만, 여행은 대략적인 계획만으로 충분하다. 그 여행지를 다녀온 분들의 정보를 참고만 하되 그것들을 목표로 세우진 않는다. 


 동생은 여행 전 현지의 정보를 최대한 모은다. 방문할 곳은 물론 식사 등의 금액도 꼼꼼하게 미리 확인해 준비한다. 나와 여행의 취향은 비슷하지만, 준비 과정은 조금 다르다. 그래서 오히려 준비 단계에서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것 같다. 대략적인 큰 결정은 내가 하고, 동생은 세세한 것들을 챙기면서 여행의 윤곽들이 잡힌다.


 여행 전 동생과 회사에서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여행지나 숙소, 교통편 등을 확정했다. 그렇게 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일에 치이다 보니 시간은 재빨리 지나가 어느덧 여행을 앞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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