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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수 Mar 17. 2019

카니발 허수아비를 태운 후에는…

사회의 질서가 회복되는 것처럼 느끼는 착각은 없길 바라며

 '중세 카니발은 특정한 기간에만 주기적으로 열렸던 현실도피적 이벤트였다. 왕을 상징하는 허수아비를 태우는 것으로 카니발이 끝나고 질서가 회복된 것처럼…카니발의 왕처럼 이들 투기꾼들이 한 사회의 속죄양이 되어 희생당함으로써 한 사회의 질서가 회복된다.'      -금융투기의 역사 中-


 한 유명가수가 대표로 재직 중이었던 클럽 폭행 사건은 '경찰 유착 의혹'을 거쳐 '성접대 의혹'으로 번졌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휴대폰을 제출한 동료 가수의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성관계 몰래카메라'도 문제가 된 데다가 이제는 다른 메시지방의 연예인의 '내기 골프' 논란으로도 옮겨 붙었다. 뒤늦었으나 올바른 조사와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해달라는 국민 청원은 물론, 정치인들의 입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당사자들을 향한 비난을 더 거들고 싶지는 않다. 연이어지는 뉴스를 통해 어느 정도 여론 형성이 됐고, 사회적으로 높은 수준의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난은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과열을 넘어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언론에 대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주요한 의혹을 제기한 몇몇 기사들 이후로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뉴스를 찍어내고 있다. 각 언론사들이 취재한 부분들이 하나의 의혹으로 맞춰지는 것은 언론의 순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몇몇 언론사들은 경쟁적인 취재 열기 속에서 정확한 사실 전달이 아닌 냄새만 풍긴 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관련 뉴스들을 보면, 흔히 말하는 '팩트'와 '무조건적인 비난'들이 혼재한 상태다.


 한 언론사는 몇 년 전 '지라시'로 알려졌던 내용을 그대로 기사에 담았다. A, B, C라는 연예 기자들이 '그렇게 들었다'는 수준의 내용을 적었다. 그 외에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취재는 없었다. 반대편의 해명을 싣기는 했으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문제가 아닌가'라는 정도의 보도였다. 


 또 다른 언론사는 소속사가 문제를 숨기는 듯한 행동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특정 기간에 의도적으로 소속사 자료들을 파쇄했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하필' 그 시기에 '왜' 수상한 작업을 했느냐는 정도다. 앞선 기사와 마찬가지로 이를 뒤받침할 만한 후속 취재는 없다. 뒤집어 말하면, 문제 될 만한 문서 하나라도 발견하기는커녕 누구라도 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그 상황을 봤을 뿐이다. 


 이 외에도 기존 기사와 같은 내용에 자극적인 제목만 붙인다던지, 지라시에 언급됐던 여성 연예인의 이름을 쓴다던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보도 행태는 수없이 많다. 대중의 이목을 한 번이라도 잡아두기 위한 기사들이다. 결국에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해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들이다.


 단지 불쏘시개 같은 소식들은 자칫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게 한다. 새로운 의혹들을 다루는 기사들은 대중에게 고스란히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잘못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밝혀지지 않은 것까지 싸잡아 죄를 묻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이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는 이들도 생겨났다. 가장 큰 문제는 확실한 '취재'는 없고 '뉘앙스'만 풍기며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몇몇의 언론사들이다.


 논란을 잠시 차치하더라도 최근 분위기는 중세의 카니발과 비슷하다. '정의'를 앞세웠던 보도는 1달 반 사이에 카니발적인 분위기가 더해졌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이 연예인의 일탈일까.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놓치고 있는 듯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단지 '연예인'이라는 카니발 허수아비를 태우고, 사회의 질서가 회복되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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