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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수 Apr 09. 2019

음식은 풍경을 담는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후 습관처럼 SNS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계정을 만든 지는 꽤나 지났지만, 게시물을 하나씩 올리다 보니 틈틈이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슥슥 밀어내려 가다 보면 팔로우한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에는 음식 사진이 꽤 많다. 아침 대신 먹은 빵을 시작으로, 전날 숙취를 해소하려고 점심으로 먹은 평양냉면, 나에게는 아직 생소한 스페인 음식까지…. 내 팔로우 수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음식 취향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음식만큼이나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은 사진은 풍경이다. 드넓은 바다와 모래사장이 펼쳐진 곳이라든지, TV에서 봤을 법한 해외 유명 명소까지…. 성능 좋은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을 언제나 들고 다닐 수 있어 찰나의 순간쯤이야 언제든 기록할 수 있다.


 음식과 풍경을 굳이 카테고리로 묶자면, 풍경 속에 음식이 들어간다. '풍경'이라는 단어가 갖는 넓은 범주 탓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곧잘 음식에 풍경을 담는다. 


 다른 이에게 보이는 인스타그램에서 음식은 특별한 역할을 맡는다.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음식은 일상 속에서 자신의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내는 풍경이 된다.


 지글거리는 불판에 올려진 고기와 소주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풍경이다. '고단한 하루의 끝'이라든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라는 주제를 안고 있다. 훌륭한 조명 아래의 스테이크는 '기념할 만한 특별한 날'을 표현하며, 각 국가의 이색 음식은 '남다른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전한다.


 우리가 음식 사진을 업데이트하는 데 열을 올리는 이유는 틀에 박힌 일상 속에서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기 어려워서는 아닐까. 하루에 2,3번은 밥상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에서 음식은 나의 상태나 기분을 전하는 가장 좋은 피사체다. 


 음식이 풍경을 담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때로는 씁쓸하다. 쉽사리 일상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우리에게 음식은 훌륭한 풍경이다. 그러니 식사하기 전 사진으로 풍경을 담으려는 상대방을 너무 나무라진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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