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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수 Apr 03. 2020

결국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어려웠다

어디서 무얼 하든 배우는 건 있다

 "대리님 내일까지 꼭 전달 부탁드립니다."

 "과장님 이번 주 스케줄은 어떻게 돼서요? 부탁드립니다."


 지난 2년간 업무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변화는 다른 팀과 협업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내가 맡은 분야만 신경 쓰면 됐는데, 이제야 조직 생활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


 업무를 하다 보면 다른 팀에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잦다. 모든 정보를 공유받지 못할 때가 있어서다. 마음 같아서는 있는 성질, 없는 성질을 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어렵다. 모든 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명분 앞세워서 요청한들, 상대 마음이 움직이지 못하면 함께 일하기 힘들어진다.


 "다 참으면서 직장 생활하는 거지 뭐."

 

 새카맣게 타버린 속마음을 가까스로 얘기할 때면 선배는 '그게 직장 생활'이라는 말로 끝맺음한다. 그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이렇게 구걸하듯이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싶을 때가 많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다름 팀도 이해는 간다. 자신의 업무와 크게 밀접하게 관련이 없는 일들을 도와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일 할 땐 내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게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적용되기 마련이다.


 홀로 퇴사를 준비 중인 상태에서 지난 회사 생활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곱씹어 봤다. 그 사이 뻣뻣했던 자세가 그나마 유연해진 것 같다. 이전 회사에서는 특별히 다른 직원에게 부탁할 일이 별로 없었다. 아쉬운 소리를 할 일도, 들을 일도 덜 했던 것 같다.


 '사람이 어디서 무얼 하든 분명 배우는 게 있다.'


 돌이켜보면 내부든, 외부든, 또 다른 제삼자이든, 가족, 친구, 연인이든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속앓이를 하면서 배운 건 내가 급해도 상대를 조금 더 기다려주는 것. 상대에게도 피치 못할 상황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러한 뒷 배경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큰 도구 하나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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