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또 무엇을 잃어버리게 될까
어제는 휴대전화, 오늘은 주민등록증이다.
진짜 사라져 버린 것도 있고, 단순히 기억에서만 사라진 것도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특히 휴대전화는 하루에 한 번씩은 ‘사라진다’.
일주일 내내 그랬고, 그제야 나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주에는 매일 책상 오른쪽 책장의 첫 번째 칸,
그 구석에 있던 주민등록증이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찾겠다고 방을 뒤지다가, 결국은 ‘그냥 운전면허증이라도 잘 지키자’며 체념했다.
그저께는 분명히 휴대전화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말리고 나서 다시 찾으려고 했지만, 화장실 선반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부엌에도, 방에도 없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워치에 ‘폰 찾기’ 기능을 연동하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났지만,
그때도 역시 ‘다음에’로 미뤘었다.
혹시 샤워하고 던져 넣은 빨랫감 사이에 끼었을까.
말도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집 안을 두세 번 돌고 나니 세탁기를 확인해야 할 것만 같았다.
예전에 누군가 냉장고에서 휴대전화를 찾았다는 인터넷 글이 떠올랐다.
남일 같지가 않았다.
결국 세탁기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짜잔!” 하고 나타나주면 좋겠지만, 혹시 진짜 거기서 나올까 봐 두렵기도 했다.
다행히도 세탁기 안에는 없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다시 집 안 전체를 수색해야 했다.
침대, 책상, 바닥, 가방… 다시 다 뒤지고 나서야,
헤어드라이어 옆에 휴대전화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머리를 말리고 나서 휴대전화를 찾으려 했던 건데, 바로 그 옆에 있었다니.
그리고 오늘도, 또 휴대전화다. 부엌, 화장실, 방—
매번 같은 루트를 따라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결국 찾기는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난다.
자꾸 반복되는 이 일들이 어쩌면 내게 보내는 경고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물건의 위치를 잊는 건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일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내 집중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나는 요즘 일에도, 일 바깥의 나의 시간에도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지금은 물건들이 사라지고 있는 정도지만,
언젠가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질까 봐 무섭다.
나를 잃어버리면, 누가 날 찾아줄까.
내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채 줄 사람은 있을까.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는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그 노력은 충분할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차오른다.
나는 원래 눈물이 많은 사람이긴 하다.
주변 사연에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그렇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집 밖에선 관대하면서도, 정작 나와 가족에게는 유난히 엄격한 이중인격자로 살아온 나는
이런 순간에 눈물이 나는 게 분하기만 하다.
기억력 저하, 그리고 예고 없이 밀려드는 눈물.
이런 신체적인 증상들을 겪으며 퇴사를 고민한 지 3주가 흘렀다.
이직한 지 겨우 3개월.
15년간의 직장 생활을 생각하면 너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3개월이 3주로 압축되어 폭발하는 순간,
지난 15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일은 또 무엇을 잃어버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