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 Feb 03. 2024

나는 넷플릭스 기준으로 인재일까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 <규칙없음> 읽고

내가 속한 제품팀에서 360도 라이브 평가를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목표는 진정한 피드백을 통해 개인과 팀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동료 피드백이 제대로된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명백하게, 마음에 와닿게 전달되어야 한다. 서면으로 진행하는 피드백은 일종의 충격이 읽는 사람(평가 대상자)에게 전달되기 어려우니, 대면 평가로 진행해보자는 의견이었다.


다면평가, 360도 평가를 아무리 열심히 서치해도 대부분이 서면을 통한 정형화된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었다. 서면평가는 또 다른 형식적 평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에 라이브 360도 평가의 실천 사례를 찾아봐야만 했다. 그러다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자세히 이야기하는 책 <규칙없음>을 읽게 됐다.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는 한 마디로 Freedom & Responsibility다. 자유와 책임의 문화.

자유와 책임의 문화는 불필요한 허가와 절차를 줄여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며, 신속한 의사결정과 함께 혁신적인 결과를 가져다 준다.


직장 생활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문구류 하나 사는데 도대체 몇 명한테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거야? 고작 1,500원 짜리 테이프 하나인데.“


상상해봐라. 460만 달러짜리 배팅을 상사의 허가 없이 디렉터가 결정해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을. 그리고 그 계약이 대박을 터뜨리는 미래를.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아무도 그에게 비난을 퍼붓지 않고, 실패를 이유로 내쫓지 않는 회사를.



중요한 건 어쨌든 인재밀도다

자유와 책임의 문화가 가능하려면 전재조건은 회사는 ‘뛰어난 사람들‘로 이루어져야 한다. 회사는 ‘비범한 동료들‘로만 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팀의 성과는 저하된다. 괜찮은 사람, 평범한 사람은 안 된다. 반드시 탁월한 사람들이어만 한다. 팀에 평범한 사람이 한, 두명만 섞여 있어도 팀 전체의 성과가 떨어진다.

최고의 복지는 훌륭한 동료라는 말은 흔히들 하는 얘기지만,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로'만' 남겨야 한다는 주장을 넷플릭스는 강경하게 말한다.


우선 높은 인재밀도를 가진 환경을 만들어라

뛰어난 재능을 보유하고, 남다른 창의력을 발휘하며, 중요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고, 다른 사람들과 긴밀이 협력하는 사람들로만 회사를 채운다. 성과가 별 볼일 없다면,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 그 사람은 내보낸다.


인재밀도가 높은 환경을 만드는 첫 번째 단추는 일단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만을 남겨두고 내보내는 것이다. 성과는 좋지만 불만이 많고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안 된다. 관계가 좋지만 성과는 평범하거나 좋지 않은 사람도 안 된다. 인원을 줄여도 인재밀도가 높으면 회사 전체의 성과는 올라간다.


현재 상황에서 인재밀도를 갖추었다면, 그 다음은 인재밀도의 강화다.



베스트플레이어를 항상 업계 최고로 대우하라

적당한 사람을 10명 고용하는 것 보다 록스타 1명을 거액을 주고 데려와야 한다.

업무 분야에 따라서 투자를 해야 하는 기준은 다르다. 운영 업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업계 평균 수준으로 보수를 지급한다. 그러나 혁신과 창의력이 필요한 업무 분야라면⏤예를 들어 엔지니어나 콘텐츠디렉터 등⏤ 베스트 플레이어 1명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서 데려와야 한다.


연봉의 지급 방식 역시 중요하다. 일정 수준의 목표를 정의하고 성과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그냥 높은 기본급을 제공하라. 창의력이 필요한 업무에 고정적인 목표란 없다. 목표 달성의 지표도 시시각각 변한다. 1년 후에 지금의 기준이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러니 애초에 초과 성과 달성이라는 인센티브의 지급 기준이 회사의 발목을 잡게 된다.


넷플릭스는 그 사람이 다른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을 산출하고, 그 보다 무조건 더 많이 지급하는 전략을 취한다. 인상 풀과 급여밴드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시장 가치를 기준으로 연봉을 설정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매번 항상 최고의 연봉 수준을 유지하도록 연봉을 인상한다.


물론 업계의 현황을 조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게다가 모든 구성원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면 회사 재정 수준은 무척, 무척 높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이 투자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장기적인 비용 효율이 높다고 한다. 빼앗긴 다음에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것 보다 인재를 붙들어 두는 것이 돈이 훨씬 덜 든다. 그리고 급여 총액에 여유가 없다면 사람을 내보내 인재밀도를 높이는 방법이 낫다.



성과를 내는 피드백을 하도록 만들어라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배움이 일어난다. 습관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환경을 만들면, 학습을 통한 성장이 일어난다. 더 잘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비난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한 마음을 유발한다. 솔직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피드백이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하게 하는 데에는 지침이 필요하다.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지침

피드백을 줄 때, 
1 Aim to assist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2 Actionable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피드백을 받을 때,
3 Appreciate 감사하라
변명하려는 자연스러운 본능을 자제하고, 신중히 듣고 의미를 짚어보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

4 Accept or Discard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한다




통제를 줄여라

넷플릭스에는 휴가, 출장, 경비 규정이 없다. 어떤 의사결정 승인도 없다. 그저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게 하라'고 한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1 아이디어를 공유해 이의 제기를 장려하여 듣고 

2 빅 아이디어인 경우에는 테스트를 거치고 

3 자신이 가장 정보에 밝은 사람이라면 베팅하고

4 성공하면 축하, 실패하면 선샤이닝하라고 한다.


넷플릭스는 '베팅'이라는 비유를 사용하는데, 마치 회사에서 칩을 몇 개 받아 베팅을 하는 것처럼 하라고 한다. 베팅의 개별적인 성과 보다는 '얼마나 사업을 진척시켰는지', '칩의 전반적인 운용 능력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평가 받는다. 베팅을 잘못했을 때보다 가능성이 있는데도 칩을 사용하지 않거나 잘못된 판단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 자리를 빼앗긴다.





책의 핵심은 한 마디로, 인재 밀도를 높이고 유지하는 것이다. 일단 높은 인재밀도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인재밀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솔직한 피드백 문화도, 낮은 통제도, 맥락으로 리딩하기도 없다. 전적으로 의사결정을 개개인에게 맡기기란 불가능하다.

인재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회사가 하는 일은 이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할 때 그 사람이 받아들일만한 높은 수준의 퇴직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가족까지 6개월 정도를 부양할 수 있을만한 금액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결국은 뱅글뱅글 돌아 회사의 자금 사정이 풍족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닐테다. 다만, 누구나 꿈꾸는 환경이며 넷플릭스에서 인정 받는 '정보에 밝은 주장'으로서, '인재'로서 본인이 인정 받으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주변의 동료들이 모두 최고의 인재들이라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일하는 개인으로서는 조금은 선망하게 된다.


기업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CEO도, 인사 관련 부서의 직원도 아닌 그저 개인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나로부터 시작해 나의 팀과 나의 주변을 바꾸어 나가는 것은 실천 가능한 영역이라 생각한다. <규칙 없음>을 통해 나와 나의 팀을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질문을 몇 가지 도출할 수 있었다.


나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전문성을 가진 '정보에 밝은 주장'인가.

나는 팀을 성장시키기 위해 동료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줄 수 있는가.

나는 동료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나는 업무에 있어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하는가.

나는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 누가 '정보에 밝은 주장'인지 알고 있는가

나는 맥락으로 리드하고 있는가


올해 나의 목표는 팀의 성과를 향상시키고, 팀을 성장시키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떤 팀에 들어가 어떤 사람이랑 일하든 간에 말이다. 스크럼 팀에서의 PO 역할에서만 이를 바라봤었는데, <규칙 없음>을 읽고 또 다른 힌트와 관점들을 갖게 되었다. 두 번째로 읽을 때에는 피드백과 라이브 360 평가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시 읽고 정리해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제품 개발 우선 순위 정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