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AI #1 - 독자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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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쓴 주체는 인간 / 챗지피티 / 제미나이 이고, 글의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2화는 1월 23일 금요일까지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글을 이어받아 작성됩니다.
1번
새벽 네 시, 성훈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보다 먼저 깨어난 것은 관절이었다. 늘 그렇듯 작은 소음이 따라올 줄 알았지만, 오늘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방은 비어 있는 듯 고요했다.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조차 벽에 닿기 전에 사라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옆 침대를 보았다. 늘 뒤척이며 코를 골던 준호의 자리는 말끔히 비어 있었다. 가지런한 이불과 베개만 남아 있었다. 어젯밤, 준호는 자녀들과 해외여행을 간다고 했다. “다 같이 나가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몰라요.” 그 말이 떠오르자, 성훈은 이유 없이 가슴이 서늘해졌다.
요양원은 자산에 따라 층과 생활이 구분된 공간이었다. 성훈이 있는 중간층은 ‘표준 구역’이라 불렸다. 창문은 열리지 않았고, 공기는 늘 같은 냄새를 품었다. 소독약과 식당에서 올라오는 밥 냄새, 오래된 천의 냄새. 위층에는 정원과 개인 간호사가 있고, 아래층에는 더 빽빽한 일정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체계를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늙음에까지 가격표가 붙는 세상은 여전히 낯설었다.
성훈은 슬리퍼를 끌며 문을 열었다. 복도는 길고 조명이 낮았다. 평소라면 들렸을 카트 소리도, 호출 벨도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죽였다. 엘리베이터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간호사 복장을 한 사람이었다. 하얀 유니폼이 어둠 속에서 유난히 또렷했다.
성훈은 인사를 하려다 멈췄다. 그 사람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대신 방향을 틀어 비상구 쪽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더니, 주위를 둘러보고는 문을 열었다.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문은 지나치게 조용히 닫혔다. 마치 그 소리가 들리면 안 된다는 듯이.
성훈의 심장이 늦게 반응했다. 그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위와 아래를 가리키는 버튼을 바라보았다. 버튼들은 불이 꺼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득 이곳에 처음 들어오던 날이 떠올랐다. 자산 증명서와 건강 기록이 나란히 놓였고, 그 숫자들이 그의 남은 동선을 결정했다. 그는 늘 엘리베이터만 이용했다. 정해진 방향으로, 정해진 시간에.
성훈은 비상구 쪽으로 한 발 내디뎠다. 손잡이는 예상보다 차가웠다. 문 너머에는 계단과, 규정에 없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간호사는 왜 엘리베이터를 두고 그 길을 택했을까. 퇴근이라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그는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귀를 기울였다. 바깥에서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바람은 이 건물 안의 공기와는 달랐다. 더 자유롭고,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성훈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준호의 빈 침대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불 끝을 살짝 만졌다. 여행을 떠난 사람과, 사라진 간호사. 오늘 새벽, 이 요양원에서는 예정에 없던 움직임들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는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았다. 고요 속에서, 무언가가 곧 바뀔 것이라는 예감만이 또렷해지고 있었다.
2번
성훈은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방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함께 방을 쓰던 준호가 자녀들과 해외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성훈은 잠시 침대에 앉아 조용한 방 안을 둘러보았다. 평소에는 준호의 가벼운 코 고는 소리와 창문 너머의 새소리가 그를 감싸주곤 했지만, 오늘은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섰다. 요양원의 복도는 항상 간호사들이 오가는 소리와 다른 노인들의 낮은 대화로 가득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 고요함 속에서 그는 무언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저 멀리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간호사 복장의 그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두고 비상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성훈은 호기심에 이끌려 그 뒤를 따랐다. 비상구 문이 열리고 간호사는 사라졌다. 성훈은 문 앞에 멈춰 섰다. 문 너머로는 아직 어둠이 깔려 있었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하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성훈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그는 아침의 상쾌함을 온전히 느꼈다. 요양원 안에서는 느낄 수 없던 자유로움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저 노인 인구의 일부로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성훈은 요양원 밖의 작은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원에는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밝아오는 하늘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훈은 오래전 잊고 있던 감정을 되찾은 듯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의 두근거림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요양원이 그를 가두고 있었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끝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성훈은 주머니에서 오래된 사진을 꺼냈다. 사진 속에는 자신과 젊은 시절의 친구들이 웃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보며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날 아침, 성훈은 요양원의 경계를 넘어 세상과 다시 연결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상구 너머의 아침은 그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성훈은 그곳에서 자신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멀리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성훈은 고개를 돌려 그 소리를 따라갔다. 누군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아마도 그간 잊고 지냈던 꿈과 기회들이 그곳에 있을 것이다. 성훈은 설렘을 안고 그 발자국 소리를 향해 걸어갔다. 비상구 너머의 아침은 그의 새로운 여정을 위한 무대가 되어 있었다.
3번
나이 든 이가 고요한 새벽에 눈을 뜨는 일은 반가우면서도 슬픈 사정이다. 침대에 누워 있던 성훈이 업그레이드를 마친 휴대폰처럼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주위는 죄수들을 태운 배가 집채만 한 파도를 만난 장면처럼 한없이 적막했다. 사고의 태엽을 천천히 되돌리자 같은 방을 쓰고 있던 준호가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건 준호의 부재가 만들어낸 형벌이었다. 젊은 시절, 일주일이 넘도록 지하실에 홀로 감금되어 있었던 경험이 있는 성훈은 소음의 부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긴장을 이완시키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온몸의 털들이 삐쭉 서버렸는데, 평소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공기의 밀도에선 말로 설명하기 힘든 서늘함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소리들을 찾아다녀보아도 무용지물이었다. 단어 그대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평소라면 희미하게 들려왔어야 할 냉장고의 웅웅 소리조차도 오늘은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성훈은 이불을 걷고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날숨에서 느껴지는 텁텁한 냄새에 어제처럼 익숙한 절망이 찾아들었다. 그건 노인 냄새였다. 스스로도 불쾌해 고개를 돌리는, 세월에 굴복해 풍기게 된 신이 내린 형벌이었다.
성훈이 거주하는 장소는 요양원이었다.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요양원은 아파트와 빌라 다음으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주요 공간이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시장이 아닌 요양원을 방문해 표를 구걸했다. 귀하디 귀한 자녀들은 명절마다 요양원을 찾았고,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연금 수령 대신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공무원만큼이나 머릿수가 많은 직업이 요양보호사였다. 요양보호사들은 규모가 쪼그라든 교원단체의 자리를 대신했다. 잘 늙고 잘 죽는 것, 그것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가장 큰 어젠다였다.
실내화를 찾아 신은 성훈은 깨금발로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 네모난 창으로 들어오는 검푸른 빛은 마치 깊고 고요한 바다 같았다. 방문은 로봇이 여닫기 편한 미닫이 형태였는데, 여느 날처럼 끼익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열려면 최대한 조심스레 손잡이를 밀어야 했다.
요양원 측은 입소자들이 새벽이 돌아다니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 대해 해명하는 일이 그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인지 복도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입소자도, 간호사도, 요양보호사도 없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소리도 없었다. 새벽 세시 반에 복도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토록 큰 요양원이 빈 건물처럼 고요할 필요 역시 어디에도 없었다. 크게 코를 고는 사람도, 몽유병에 걸린 사람도 이런 곳에 한 명쯤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중정의 유리천장을 통해 내리비치는 달빛은 방에서 본 것보다 조금 더 밝은 푸른색이었다. 성훈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은은한 디퓨저 향과 함께 대형 병원에서나 맡을 수 있는 미세한 알코올 향이 무방비 상태인 폐로 날아들었다.
움직이는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온 건 그즈음이었다. 막다른 복도의 통창 바로 앞, 흐늘흐늘한 그림자 하나가 나뭇잎처럼 나부꼈다. 성훈은 자신도 모르게 방 안으로 되돌어가 숨을 참았다. 불이 다 꺼진 복도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로봇이 아닌, 사람이었다.
문밖으로 조심스레 고개를 내민 성훈은 통창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아직도 간호사 복장을 한 사람이 홀로 서 있었다. 층수표시기에 적혀 있는 6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온 건 그즈음이었다.
6층?
6층은 이곳이었다. 점점 가빠지는 숨을 애써 가다듬으며 성훈은 간호사를 계속 관찰했다. 어둠을 등에 입고 서성이는 그는 어딘지 갈피를 잡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
숨 막히는 고요를 뚫고 철컥 소리가 들려온 건 다리가 저려올 무렵이었다. 비상구가 열렸다. 엘리베이터의 숫자는 여전히 6에 멈추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