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일글=2016년에 처음 쓴 글은 이거였다.
뜻하지 않게 방문하게된 학교는 나를 집어 삼켰다. 4월의 대학교는 내가 대학에 몸담고 있을 4월의 그것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단순히 시각 뿐만이 아니었다. 예전의 내음과 예전의 소리들을 여전히 담고 있는 듯 했다. 수많은 감각의 혼란을 부여잡고 교정을 거닐었다.
처음 입학 할땐 사범대학교의 건물은 보잘것 없었다. 내가 군대를 다녀올 즈음에 새롭게 사범대 건물이 지어졌었는데 그 홀에서 새 건물이 생겨서 너무 좋다던 사범대 다니는 후배가 생각이 났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홀에서 항상 시험 공부를 하면서 자기는 도서관보다 이 건물에서 공부하는게 좋다고 이야기 하던 후배의 표정이 떠올랐다.
경영대 건물 뒷길로는 벤치가 생겼다. 건물 뒤에서 담배를 피며 보내던 시간은 또 얼마나 길었는가. 약간 어색한 사이의 사람과 담배를 단둘이 필때면 할말이 없어서 벤치하나 안 만들어주는 학교 욕을 하면서 보냈었는데, 이제는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 어색한 시간에 가벼운 주제가 되어주던 벤치의 부재는 이제 어떤 주제로 대체 되어있을 것인가.
밤 늦도록 술을 마시다가 불현듯 나와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며 신입생인 나를 붙잡고 찾아갔던 나무 계단도 지났다. 두살 많던 그 누나는, 이 나무계단이 우리학교내에서 밤에 키스하기 제일 좋다더라 하는 소리를 했었다. 나는 그때 그 누나의 입을 맞췄어야 하는 것인가. 나는 그저 '아 그래요?' 라고 밍숭맹숭한 대답을 해버리고 그 계단에서 서성이다 각자 집으로 돌아갔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두잔에 4000원. 회사 근처에서는 한잔도 제대로 못 살법한 가격이지만, 그렇게 두잔을 나눠들고 학교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후배는 여전히 학교에 남아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일본 회사 면접을 보고온 그는 말수가 늘었다. 원래도 말이 적지 않았고 불만이 많아서 만났다하면 세상의 모든 불만거리를 토해내던 사람이었는데 취업준비를 하면서 더더욱 예민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 면접보는데 일본어를 잘 못한다고 하니까 그럼 힘들겠다고 하더니 면접 끝날때쯤에는 훌륭한 인재시라고 좋은 결과 있을 거 같다고 하는거야. 이건 뭐야 회사가 왜 나한테 밀당을 하는거야 뭐야" 라고 그의 불만은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양말을 만원에 6개 파는 아저씨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현금을 들고다니기 보다 카드를 많이 쓰는 요즘에는 지하철에서 그렇게 잡상인으로 살아가는게 더 힘들겠구나 싶었다. 지하철 잡상인이 카드 결제기를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조금 했었고 미친 사람이 '니들은 얼마나 깨끗하길래 나한테 그래 이 병신같은 것들아, 뭘봐?'라는 소리를 질렀다고 했을 때는 '미친사람까지 되는데에 성공했으면서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 지는데는 실패하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또한 타인의 시선으로 인하여 그 사람의 행동이나 본질이 점차 변화한다. 그러나 그 타인의 시선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으며 그저 '느낌'이기 때문에 본질을 바꾸는 것은 주관적이며 동시에 작위적이다. 그리고 미친 사람 역시 이런 프로세스로 인한 변화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던 즈음 자신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후배는 불만을 내보였다.
"형, 내가 뭐라고 했어! 왜 안들어?! 이러기야?"
회사 근처보다 2배이상 값싼 아메리카노의 얼음까지 깨먹은 후에야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미리 검색해둔 대로 독립영화관에 들어갔다. 예고편이 너무도 매력적인 영화가 있었고 예상했던 대로 영화관에는 나를 포함해서 세 명 뿐이었다. 아니 예상보다도 더 사람이 없어서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