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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남은에어팟 May 21. 2019

6. 아프리카 모래 언덕과 낙타 그리고 일몰(1)

삼일일글

그 무엇 아닌가. 화성이나 목성 그리고 명왕성같은 존재가 사막이다. 우리는 알고 있되 겪어 보지 못했으며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 믿고 있다. 주변에 가본 사람이 없다는 것도 비슷한 점일 것이다. 


사막을 가야겠다는건 합리적 고집이었다. 일견 타당해보이고 고집을 부리는 이유가 어느정도 설득적인 고집을 합리적 고집이라 한다면 말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으로만 접하던 사막을 직접 접하고 싶다는 말이 먹혀들어갈 줄이야. 당시 여자친구는 내 합리적 고집에 못이기는 척 따라주었다. 


항상 가난한 교환학생에게 사막투어에서 요구하는 돈은 사실 적지 않은 돈이었고 여기저기 코스를 따라가며 사막을 구경하는데 차를 타고 근처 관광지도 보는 알찬 코스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패키지 여행 가는 아줌마 아저씨 여행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끼고 싶은건 어린왕자의 여우가 나오는 사막이고, 해가 모래에서 떠올라서 모래밖으로 튀어나오는 사막인데, 패키지 여행으로 가는 사막은 그런 느낌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개인이 운영하는 사막투어를 찾게 되었다. 어떤 경로로 찾았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홈페이지도 없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서툰 영어로 거칠게 사막투어 내용을 써둔 글이 메일로 왔다. 


터번을 두르는 법을 배워서 터번을 둘러쓰자 사막에 온게 실감이 났다. 알라딘에서 보던 그 터번 말이다. 터번.

사막투어를 주관하는 아저씨는 낙타 두마리를 끌고 왔는데 그 두마리를 나와 여자친구에게 내주었고 본인은 낙타의 고삐(낙타도 고삐라고 하나)를 쥐고 걷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를 태운 낙타가 고꾸라져서 일어나기 싫다고 떼를 쓰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별탈 없이 사막을 걸었다. 


좌우양옆 위아래 그 어디에도 생명체가 없는듯 보이는 공간을 걸었다.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하나의 풍경이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공기자체가 너무 더워서, 숨을 쉬는게 불편했지만 견딜만했던 것 같다.


쉬는 장소에 도착했는데 사막한가운데 버려진 건물 같았다. 그 건물은 그나마 그늘이라도 져있었지만 공기자체가 너무 더웠기 때문에 숨쉬기가 어려웠다. 건물 벽은 햇살도 막지만, 바람도 막았다. 낙타를 이끌고 걷던 아저씨는(낙타를 타도 힘든데 그는 걸었다! 진짜로 한번도 안쉬고 말이다) 얼른 쉬라며 재촉했지만, 찜질방 안에서 푹 쉬라는 말이 이해가 되진 않았다. 


사막의 색감은 단조롭다. 그리고 넓다 그래서 오는 비현실감이 있다.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세상은 수많은 색으로 뒤덮혀 있다. 조그마한 색깔의 변화와 같은 색이라도 다른 톤과 명암을 가지고 있기에 그 차이를 인지하지는 않아도 익숙해져있다. 사막은 물론 톤과 명암은 역시나 다르지만, 쓰이는 기본색상이 단조롭다. 그게 가장의 기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자주 볼수있는 빨간색이나, 인공적인 색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파란하늘과 노란모래가 끝이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니 아저씨가 전통음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모래 언덕가서 놀으라고 손짓한다. 바싹 마르고 갈라지고 마디마디마다 거뭇거뭇한 아저씨의 손짓에 밀려 언덕을 올라본다. 해가 지고 있다. 모래는 색이 같다. 그렇지만 모래도 끝부분에는 각이 져있다. 햇빛을 받는 부분과 햇빛이 닿지 않는 부분이 나뉘어지는 경계가 있다. 그곳이 모래언덕의 마지막이다. 자연적으로 흘러내린 모래는 뾰족한 지붕을 가지고 있다. 지붕은 자연이 만들어낸대로 명암차이를 나타낸다. 그 명암차이대로 노란색과 짙은 노란색으로 나뉘어있는 모래 언덕의 꼭대기를 걸어본다.  이제 곧 사라질, 부서져버릴 발자국이지만 지금 이순간에는 의미가 있다. 


곧 사라지는 것은 무용하다.

무용한 것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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