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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남은에어팟 May 23. 2019

7. 나는 자주 체하는 아이 였다

삼일일글

어릴적에 나는 엄청나게 자주 체하곤 했었다.


내가 서러움이란 감정을 처음 느낀 건, 체한 나를 앞에 두고 엄마와 남동생이 라면을 끓여먹었을 때였다. 나는 절대 먹을 수가 없고 계속 토만 했는데 엄마랑 동생은 티비를 보면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억울했다.


어릴적부터 나는 뛰어노는걸 좋아했고 으레 그렇듯 남자아이 답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집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물을 벌컥 벌컥 마셨다. 꿀떡꿀떡이라고 해야하나. 물 한덩어리가 꽤나 크다고 느꼈지만 그냥 그대로 목구멍을 넘겨버렸다. 요즘엔 그런 느낌으로 맥주를 마시지만, 그때는 물을 그렇게 마셔대곤 했고 그렇게 급히 물을 마신날에는 꼭 체해서 쓰러졌다. 


일반적으로 스무살이나 되어야 변기를 붙잡고 토를 하겠지만 나는 열살이 채 되기 전에 변기 잡고 토하는데 익숙해졌다. 갑자기 먹어도 체했고 뜨거운걸 먹어도 체했고 차가운걸 먹어도 체했고 꿀떡 삼키면 다 걸렸다. 


어릴 적 체하는 것 때문에 조금씩 야금야금 먹는 습관이 생겼을 정도이고 급하게 와구와구 먹는 친구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의미가 아니라 보는 내가 체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체하는 나는 억울했던게 나만 그랬다. 같이 먹어도 나만. 다같이 아픈것도 아니고 왜 나만 아픈거야.


아이들은 크다보면 처음으로 나와 남을 가르는 기준을 갖게 된다. 내가 누군가에 속해있다는 마음자체는 나와 남을 분리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생각이다. 내가 남이랑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와는 함께 하고 누군가와는 분리가 된다는 것. 어렸을 때 겪게 되는 첫 시련이라면 시련이겠다.


체한다는 경험으로 나는 남들과 내가 다르다는걸 인지했다. 모두에게 같은 상황이 와도 다른 결과가 올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매번 자주 체하던 아이가 시간이 흘러 요즘엔 남과 나를 분리하는게 오히려 힘들어진다. 


나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다른 어떤 특별한 게 있는게 아니라 나는 으레 떠올리는 남자 사람이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이제는 체하지도 않지만, 체하면서 까지 나의 특이점을 깨닫곤 하던 어린시절, 반짝이던 나는 이제 없고 보통 그런 사람, 보통 이렇다는 틀에 맞추어져버린건 아닐까 순간순간 무서울때가 많다. 


남들과 다른 나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싶다. 나이의 문제일까 의지의 문제일까


내가 좋아하는 색감과 형태를 찾다보면 좋아하는게 없는 것 같다고 느낀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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