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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Oct 19. 2023

내가 한국에 가지 않는 이유

나는 정말 잘 살고 있었던 걸까?

일본에 있다 보면 잊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한국에 오랜만에 갈 때마다 느끼는 모든 ‘현실’ 들에 대해서다. 왜 일본에 있으면 편하고 걱정 없는 마음들이 한국에 가면 쫓기고 바쁜 걸까.


일본에서의 현실에 잘 살고 있다가도 한국에 가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


나는 정말 잘 살고 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좋게 말하면 ‘열정’ 나쁘게 말하면 끝도 없는 ‘비교’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열정이 넘치는 나라다.

그에 반해, 일본은 느긋하고 남에게 관심이 없다.

이 두나라는 성향자체가 다르고, 두 곳 모두 다 좋고 나쁨이 존재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한국에 대해 내가 느끼는 특징은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길거리를 걸어도 다른 사람과 눈빛이 마주치고, 소문도 많고 남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 물론 나도 한국에 가면 그렇게 된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게 되고 눈치를 보게 된다.


가족끼리 만나면 더욱 그렇다. 일본에서는 생각도 하지 않는 없었던 걱정거리들이 산더미처럼 불어 오른다.

나에겐 없었던 현실에 대한 기준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많은 것들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실행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다.


맞다, 한국은 이랬었지. 이게 현실이지.


결혼을 하려면 집이 있어야 하고, 아이는 언제 가질 건지.

그냥 좋아서 하는 결혼이 아닌, 퀘스트처럼 기준이 맞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결혼한다. 30살이 다돼 가는데, 일본 동기들은 거짓말 하나 없이 여자동기는 다 결혼했는데, 한국친구들 주변엔 결혼한 친구들이 한둘밖에 없다.


30살이 되면 적어도 적금은 얼마가 있어야 하고 남들은 벌써 얼마가 있다든지. 월급이 얼마고, 나보다 많이 버는데 돈이 없다던지..


기껏 대학 나와 일하고 있더니만 대학원은, 박사는 언제, 그놈의 교수는 언제 될 거냐 던지..


하물며 외모얘기까지 거리낌 없이 나온다.

오랜만이네 라는 기본적인 인사치레로 하는 말들도 많다.

정말 말랐다, 혹은 오랜만에 보는데 살이 좀 쪘네,

눈이 어떻다, 코는 어떻다, 보톡스..


그만큼 정이 많고, 오지랖도 넓은 민족적인 특징이 있다.


현재의 삶에 대한 행복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앞으로의 미래를 더 욕심 있게 살아가는 것이 옛날부터 계승되어 온피가 현재도 우리나라사람들의 삶속에 녹아들어 모두의 목표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런 문화의 좋은 점도 많다.

끝없이 경쟁하며 살아오니 이루고 싶은 꿈도 더 가까워지고, 개인의 성장도 빠르다. 남들의 눈치를 보니, 사회생활도 빠릿빠릿하며 그런 문화가 있기에 한국이 이렇게 빠른 세월 안에 크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오늘은 ’외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에 외국인으로서 있으면, 한국에 들어가자마자 듣는 모든 잣대들에 대한 고민과 걱정들이 옅어진다. 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고, 나 또한 관심이 없어진다.

외국에 거주 중이니, 걱정해 주는 가족도, 관심 가져주는 친척도 없다. 그만큼 반대로 소리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은  개인의 기량대로 견뎌내야 하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느긋하던, 바쁘던,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부족함 없이 살고 행복한 것. (여기서 ‘부족함 없이’란 마음의 풍요로움이다). 그것이 나한테는 삶의 목적이자 주가 되어야 한다.


행복한 게 뭘까.라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생각한다.

‘돈을 잘 버는 것’ ‘아프지 않은 것’ ‘커리어가 빵빵하고 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것’ ‘남들 부럽지 않게 잘 사는 것‘ 가령 ‘전기가 잘 들어오는 것..’ 등등 세상 모든 인간들에겐 제각기 제 기준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생긴 것도 한국을 나와서부터 인 것 같다.

그누 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나의 속도대로 살아가다가 문득 생겨나는 고민들에 직접 마주하며 집중하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조용히 들어본다. 누구에게 등 떠밀리며 ‘아, 이게 내가 원하는 거지!’ 라며 착각해 버리는 게 아닌  정말 내가 원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다.


가끔 놀러 가면 이만큼 재밌는 나라도 없는 한국이지만,

아직까진 온전히 나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있으려고 한다.

이게 내가 한국에 (현재로선) 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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