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정신승리라고 하던가..
나는 일본에서 10년 차 회사에서 6년 차로 일하고 있는 공간디자이너다.
일단 자기 위로 겸, 나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몇 자 끄적여 본다.
누구든 들어가고 싶은 직장, 일해보고 싶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입사지원자 대략 1000명 중에 신입사원이 되는 인원은 정해져 있으며 정사원인 한국인은 내가 들어갈 땐 한 명도 없는 일본 회사다.
와, 난 정말 대단해!
직업은 나의 적성에 맞는 것 같고, 연차가 쌓이면서 일의 효율도 늘어 편하게 일하면서 만족하며 월급을 받고 있다.
야근은 한만큼 1분마다 야근수당이 나오며 코로나 이후로는 기본 재택근무로 바뀌어서 회사에 나가야 할 일이 생기면 나가서 샘플등을 확인한다.
일에 따라서는 한 번에 4-5 안건을 맡아서 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바쁘지만, 그 안건들이 끝나면 매우 여유로워질 때도 있다. 나, 너무 편하게 일하나..? 싶을 만큼 가끔은 바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규모가 큰 회사라 내가 하고 싶었던 꿈의 공간들을 다 만들 수 있으며, 디자인 구상을 하고 제안을 해, 내가 그린 공간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이 이렇게 재밌을 수 없다.
이게 내가 6년째 다닐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나는 가끔 한국의 이직문화가 너무나도 이해가 안 갔다.
왜들 그렇게 이직을 할까. 6개 월일하고 관두고, 1년 일하고 관두는 게 무슨 일을 했다고나 할 수가 있을까. 그게 경력이 될까? 힘들어서 금방 관두고 이직해도 그 모든 게 경력으로 쳐준다니, 적어도 3년은 일해야 하지 않나? 일단 한국은 이력서에 쓸 한 줄이 필요한 거니까,라고 비꼬아서 생각을 했다.
근데, 그렇게 생각했던 것들이 단순히 그렇지만은 않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이직하고, 전직하는 그 모든 것이 한 줄의 이력이 돼, 경력이 되고, 그로 인해 월급이 오른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회사의 (일본의) 단점은 월급이 많지 않다는 거다. 다들 ’이나, 너는 여기 다니면 돈 많이 받겠다.‘라고 했다.
으레 한국월급이 일본보다 높다는 건 많이 들어봤어서 ’ 한국보다는 적게 받을 걸‘이라고 말하며 한국의 월급현황도 물어봤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지만, 4번 정도 이직한 현 회사에 2년 차로 일하는 친구. 월급 협상을 아직 안 했지만, 세금 제하고 손으로 들어오는 금액이 나랑 10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한국 안에서 우리 업계는 월급이 적은 편이라면서.
우리 할아버지는 이제 6년 차면 월급 한 4백은 넘게 받겠네?라고..
ㅎ
일본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그런 말을 들으면 위에 길게 길게 적었던 회사의 좋은 점들, 한국의 이직문화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은 다 없어지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일단 4백이란 기준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나 여태 뭐 벌려고 여기서 있는 걸까? 4백은 못 벌면 안 되는 건가.
일본 친구들이랑 있을 땐 걱정도 고민도 없이 잘만 살고 있던 모든 것들이 한국에 가거나 한국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일상에 너무 안주하고 있나? 싶은 생각에 모두 고민으로 변한다.
한국의 특징은 열정적이고 강렬하다는 것.
일본의 특징은 온화하고 안정적이라는 것.
나는 ‘일본’에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현실에 안주만 하지는 말되,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월급에 차이는 많이 나도 이런 점은 일본 직업환경이 더 좋은 거야, 등등 실제로 그럴 것이다.
… 아마도? 아니, 비교하지 말고, 비교 안 하고 나의 행복만을 위해서 산다고 전편에 적어놓은 사람이!
아까 그 자존감 어디 갔어!
누구는 이걸 ‘정신승리’라고 하더라.
솔직히 월급에 차이가 난다고 해서 내 현재 월급으로 굶거나,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여행도 하면서 내 기준안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이 좋은가요? 객관적인 의견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