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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Nov 06. 2023

핫요가를 16개월 동안 다니면 생기는 모든 변화들

힘들어도 꾸준히 다니게 해주는 힘의 원천에 대해서

요가를 시작했다.

작년 8월, 사실 한국에 갈 계획이었는데 돈 아깝다고 안 가고 일주일의 휴가에 들어갔다.


직장은 정말 재밌게 다녔지만, 근로로 인한 스트레스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쌓여있었다.

몸과 마음에 스트레칭이 필요했고 집 근처 일본에서 유명한 핫요가원에 무료레슨을 들으러 갔다.


뭐, 다들 그렇듯 계약을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나는 강사의 말에 홀려 덜컥 2년짜리 계약을 하고 말았다. 한 달에 13만원, 언제든 무제한 수강가능한 정액권이었고, 2년 계약이면 첫 두 달은 무료지만, 중간에 탈퇴하면 20만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나는 그렇게 제 발로 들어갔지만, 반 강제적인 요가생활이 시작됐다.


첫 수업을 듣자마자 계약까지 덜컥하게 된 이유에는 그 한 시간의 수업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기 때문도 있다.


강의실은 살짝 어두운 조명아래 후끈한 35-40도 온도, 가습기도 빵빵하게 50-60% 정도 습도의 찐득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며 많게는 25명, 적을 때는 2-3명 정도의 수강생들과 함께 요가 강사분의 말에 따라   1시간짜리 수업이 진행된다.


요가를 시작하면서 좋다고 생각한 부분은 이렇다.


첫째, 한 시간 동안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시끄러운 도심 속, 맨날 핸드폰만 중독처럼 어쩔 수 없이 붙들고 있다가도, 요가실에서의 한 시간은 무언가 모를 외부에서의 단절에서부터 오는 해방감이 있다.


둘째, 복잡한 마음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든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도 비슷하지만, 정리가 안된 머릿속에서만 떠다니는 여러 가지 단어들을 하나하나 훑으면서 정리해 나갈 수 있다.


위 두 가지는 멘탈적인 부분에서 나를 아주 건강하게 해 준다.

일을 하고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이유도 모르게 호흡곤란이 오고 귀가 멀어지며 앞이 하얘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사회 초년생 때 무작정 일에만 백 프로 몰두를 해서 생겨난 증상인 것 같았다. 공황장애와도 비슷한 이 증상은 주기적으로 찾아왔으며, 외부의 요인으로 인한 원인이 있으면 모두 차단했다. 커피를 마시면 증상이 심해졌고, 공복인 상태로 오래 있으면 바로 배터리가 방전이 되듯이 비슷한 증상이 생기곤 했다. 하루는 집에서 일을 하다가 혼자 쓰러질 것 같아 응급차를 부른 적도 있다. 그때 의사 선생님께선, 멘탈클리닉에 가보라고 진단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나는 괜찮은데 몸이 많이 피곤했던 걸까? ’ 싶었다.


1년 넘게 요가를 지속했더니 이 모든 증상들이 사라졌다. 요가가 이유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증상에 대해 내성이 생겼거나 더이상 증상이 두려워지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요가 이외에 노력한 부분은 커피는 끊은것. 디카페인은 아주 가끔 커피맛을 느끼고 싶을 때는 한모금정도 하지만..)


‘어, 나 조금 건강해진 것 같아!‘


셋째. 유연.. 해졌나?

요가를 하면 유연해져? 라고들 가끔 묻는데 유연해진다기보다는 내 안에 있던 한계를 넘었을 때 아주 큰 성취감을 느끼고, 그로 인해 자신감이 붙는다. 핫요가를 시작하고 10분 정도 지나면 온몸에서 땀이 매트 위에 깔아놓은 수건 위로 흥건하게 떨어진다. 30분 정도 하면 언제 끝나나 싶으면서 괴로울 때도 있는데, 숨차게 움직이고, 어두운 방안에 누워서 눈을 감고 누워있는 마지막 5분은  ‘아, 오늘도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넷째. 안 쓰던 근육들이 풀리고, 몸이 탄탄해지는 게 느껴진다.

기본 데스크워크가 많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나는, 목을 한 바퀴 돌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통증이 있었다. 어깨가 뭉쳐져 있는 건 일상이었으며, 누우면 골반이 시렸다. 골반 통증 때문에 정형외과나 도수치료도 받아봤지만,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 16개월이 지난 현재, 그런 잔통증들이 없어졌고, 근육들이 붙어 단단해졌으며 목과 어깨에 있는 통증들도 더 이상 없어졌다.


다섯째. 이건 육체적이거나 멘탈적인 부분이 아니어서 조금 웃기지만, 지식이 늘었다.

요가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일본어로 요가를 듣다 보니, 몸에 관한 부위에 대해 새로 듣는 단어들이 많아졌다.

평소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을 ‘종아리, 정수리, 관자놀이, 발꿈치..’ 등을 일본어로 알아듣게 됐다.

처음에는 단어를 못 알아들어 옆에 사람이 하는 자세를 보며 따라 했었던 적도 있다. 일본 거주 10년 차.. 이런 새로운 단어, 새로운 자극들 너무나 웰컴이야! 짜릿하다.


나에겐 돈이 주는 힘은 귀차니즘 보다 강력하기에.. 안 가면 아까우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어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을 겸, 내가 투자했던 16개월 동안의 요가가 나에게 준 좋은 점들을 나열해 봤다.


이 모든 효과들은 꾸준함에서 온 성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다 시작된 나의 2년 계약이.. 수업에 가기 전까진 너무나도 가기 싫다가도 무거운 몸 이끌고 다녀오면 정말 오늘도 가길 잘했다 하길 반복한다.

사실 오늘도 정말 가기 싫었는데 몸뚱이를 이끌고 다녀왔다. 내 목표는 심플하지만 이렇다.


’나 요가 2년 동안 다녔어 ‘

정도는 말할 자격이라도 얻고 기분 좋게 위약금 안 내고 끊어야지.


번외

나는 왼쪽, 오른쪽을 심각하게 헛갈려하는 사람이다. 뭐, 어디서 들은 바로는 두뇌에 왼쪽과 오른쪽을 인식하는 신경이 너무 가까워서 인지하기가 어려운 종족인 사람들도 있다나 뭐라나..

이런 종족인 내가 요가를 하면서 한 시간 동안 왼쪽과 오른쪽을 16개월 동안 훈련해 오니 조금씩 감각적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수월해진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정말 나 자신도 놀랍고, 요가한테 고마워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끔 무의식 속에 반대쪽을 들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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