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 Mar 25. 2024

삶의 길이는 정해져 있는걸

2024년 3월 25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세상 똑똑한 사람도, 부자도, 세상을 위해 헌신한 누군가도, 나와 가까운 사람도, 전혀 모르는 사람도.


퇴근길, 나고야에서 도쿄로 향하는 신칸센 막차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다. 몇 번 전화가 왔었는데 전파가 안 좋아서 끊겼고, 기어코 카톡 문자로 연락이 왔다.


누군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었다.


눈물이 나야 할지 마음이 아파야 할지 가만히 있어야 할지 추억을 회상해야 할지 잘 몰랐다. 내 주변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는 게 처음이라 어떻게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단, 그 분과 나와의 회상보다도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온 그분의 삶에 대해서 추모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온, 또는 그분 자신을 위해 살아온 그분의 삶에 대해서 말이다.


바로 크게 슬퍼하지 못했고, 심장이 미어지도록 비통하지 않았다. 이것이 삶이려니, 나 대신 더 가까우신 분이 울어주리, 나는 그저 그분의 찬란했던 삶을 추모하리. 생각했다.


아쉬웠다. 회상할 추억이 많이 없는 것이, 그냥 안부만 묻고 지내왔던 것이.


누군가는 앞으로의 찬란한 삶을 향해 현재를 살고 있고, 누군가는 저벅저벅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며 걸어왔던 길을 정리한다. 그 찬란했던 삶도 언젠가 뒤돌아보면 흐릿해져 있겠지만, 그 안엔 사이사이 추억이란 것이 스며들어있기를.


기억이 저편에 넘어가도, 움직일 기력이 없어져도, 내 옆에 소중한 사람, 나를 위해서 울어줄 수 있는 사람 한 명만이라도 있어주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우리가 불사조가 아닌 이상, 앞으로 나에게도, 나와 더욱 가까운 정말 소중한 사람도 그분처럼 떠나갈 테인데, 삶 자체를 받아들이는걸, 그런 마음가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밤 하루는 가득히 그 분과의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하고, 기도드려야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