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 Jul 19. 2024

함께 보낸 시간과 애틋함

7월 19일 7시 30분

엄마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뭔가 내가 생각하는 일이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인간이란 언젠간 죽기에, 매일매일이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오랜 세월 외국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만나 뵈러 갈 때, 다음에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오늘이 혹여나 마지막이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아쉬움 없이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자 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애틋한 마음 따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추억으로 만들었고,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소중해 보내드리기 아쉬웠다. 혼자 남는 할머니는 어떡하라고. 너무해.


함께 보낸 시간들은 기억에서보다 사진으로 더 선명히 남아있었다.

전화를 받고 제일 먼저 움직인 건 남편이었다. 오빠도 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급하게 한국에 가야 했었던 적이 있었기에, 장례식이 처음인 나보다 대응이 빨랐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하루가 다 가버리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가고 싶었다. 배려차원에서 이야기하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이모들께서 바쁘면 안 와도 돼,라고 하는 말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먼저 비행기표를 알아봤고, 바로 예약을 했다.


서둘러 회사에 연락을 하고 회의를 다음 주로 미뤘다. 모든 대응들이 나를 배려해 주는 것들임을 알기에 너무 감사했다.


공항 가는 버스 안, 엄마 전화를 받고 3시간이 지난 현재, 씩씩하게 아무거나 검정 옷과 속옷, 컴퓨터만 챙기고 부랴부랴 나와 정말 괜찮았는데, 울컥울컥 눈물이 나오려는 걸 멈춰 세웠다. 나보다 딸들이 더 슬프겠지.


애기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함께 한 시간이 애틋함과 비례하듯 나에겐 너무 소중한 사람이다.


5월 결혼식에, 할아버지께서는 안 오신다고 하셨었다.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그때도 눈물이 났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날 좋고 선선한 5월이 좋다 했잖아. ”

무리해서 오셨고,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정말 감사했다. 원래 8월에 하려고 했었거든. 할아버지 와줘서 정말 고마워. 가족사진에는 들어오시지 않으셨다. 늙은 사람은 사진 찍는 거 아니라면서.


할아버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30년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길이는 정해져 있는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