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의 퇴사, 송별회에서 눈물이 난 이유

퇴사는 네가 한다고 했으면서 말이야.

by 이나

그러게나 말이다.

자기가 퇴사한다고 말해놓고 울고 싶은 사람은 부장님, 같이 일해온 팀원들일 텐데. 네가 울긴 왜 우냐 이 말이다.


나는 일본디자인 회사에서 8년 차로 일하고 있던, 디자이너다. 정말 정이 많은 회사였다.

그래도 이런 사람도 있겠지? 회사가 정말 좋아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퇴사하는 사람. 현재의 나를 만들어준 것도 이 회사임에 틀림없어서 고민이 많았다.


그런 나의 갑작스러운 퇴사보고에, 사람들은 놀랐지만 몇몇 팀들은 바쁜 와중에, 일사불란하게 송별회일정을 잡아줬고, 퇴사하는 마지막주는 연달아 송별회를, 퇴사 후에도 아직 못다 한 송별회 일정이 잡혀있다.


8년 차 디자이너. 고인 물이 되기 직전, 회사가 잘 키워놓았던 나는, 평생을 이 한 틀 안에서 살 수 없다며, 세상은 넓다고 생각해서 퇴사를 했다. 일본은 요즘 이직이 시즌인 듯했다. 동기도, 동료도 비슷한 타이밍에 연달아 3명이 퇴사를 하기도 했다.


송별회 때, 다들 나를 위해서 모여주셨고, 이야기의 흐름도 내가 중심이 되었다. 왜 퇴사를 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으며, 절대 이 회사가 싫어서 나간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려드릴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준비한 한국과자 꾸러미와 편지, 그리고 할머니가 뜨개질하신 작은 오너먼트사이즈의 털수세미도 함께 넣어서 함께한 시간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퇴사할 때 선물을 이렇게 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며 다들 놀라셨고, 팀원들은 나에게도 사용할 때마다 기억이 날 선물꾸러미들을 양손 무겁게 받았다. 꽃다발과 롤링페이퍼도 함께.


선물을 받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모두에게 꼭 이 말은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첫 입을 여는데 목이 메어 말을 잘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마음속의 진심은 꼭 전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아무도 모르는 이 나라에서, 이 회사에 들어와 8년간 너무 행복했고, 나를 이만큼 키워주신 것도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고 반드시 꼭 갚으러 오겠습니다. “


우리 회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여기에 없었을 거고, 이렇게 많은 유명한 안건도 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대학생부터 일본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대학생활 4년간은 일본인이란 존재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거나, 나와 결이 맞는 친구를 찾기가 꽤나 어려웠었고, 그렇게 졸업을 하고 바로 입사를 했다.


회사 규모가 컸다 보니 입사한 동기도 41명이나 있었고, 첫 4개월간은 신입사원 연수기간으로, 몇몇 동기들과 팀이 되어서 대학친구 이상으로 가까워졌다. 더욱 신기한 건 동기들 안에서는 과제를 하면서 4쌍의 커플들이 생겼고, 다들 평생을 함께할 약속을 하며 결혼을 했다.


부장님과 과장님, 그리고 친한 동기들 8명도 한국에서 진행했던 결혼식에도 참여해주시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8년이라는 시간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다닐 학년이니, 회사업무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많았고, 함께한 시간만큼 정이 들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감사함에 눈물을 흘렸지만, 나는 더욱 넓은 세상에 나가기 위해 퇴사를 했다.



저의 새로운 회사에서의 적응기도 앞으로 연재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아래 영상으로, 저의 최근 근황도 정리해 봤어요!

https://youtu.be/bLgH-CXHoR8?si=Xqo1voPMGmlQW9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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