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께 퇴사보고 하는법

견뎌내야 하는 순간

by 이나

오늘 나에게는 인생 최대의 결정을 했다.

다만,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일.


나는 일본에서 11년째, 8년간 현재 일본의 디자인 회사를 다녔다. 인생에 첫 회사였지만, 최고의 회사였다. 지금 같은 회사는 아마 다시는 찾아봐도 없을 것이다. 나를 믿고 함께 일해와 주신 상사는 나의 터무니없는 보고를 듣고는 표정으로 나타내시진 않았지만, 상심이 매우 커 보이셔서 죄송스러웠다.


나는 우리 회사에서 꽤나 많이 투자하는 전력팀 초기멤버였다. 부서 프로모션을 하면 나를 앞서 내세워주셨고, 인사부에서도 활약하는 디자이너로 나를 언제나 뽑아주며 내 설명을 듣고 동경하는 학생들이 입사 후에 나에게 와주며 ‘설명회때 이나님 설명을 듣고 회사에 오고 싶어서 오게 됐다’라는 말을 해주기도 했다.


왜 그렇게 사내활동을 열심히 했을까. 나를 모르는 회사 동료들, 상사분들이 없을 정도로 1500명 남짓하는 회사를 누비고 다녔고, 평생 있을 것만 같았던 그녀가 떠나간다니, 부장님께서는 상심이 크시다는 반응을 보이셨다.


일단, 면담신청을 했다. 온라인회의가 많은 요즘에 대면면담을 신청하기란 꽤나 용기가 필요하고 의심 혹은 큰 고민이 있는 일임에 분명하다.


2025년 새해가 밝은 후 처음 대면하는 자리였기에, 밝은 목소리로 안부를 전하며 서로 머리를 잘랐네, 잘 어울리네 등의 안부 인사를 나눴고, 나는 프랑스에 다녀왔을 때 사 온 와인을 드렸다.

“혹시 이게 그 유명한 프랑스 와인이라는 거니?”라는 대화로 부드럽게 면담을 시작했다.


말씀을 드리기 전에 미리 메모장에다가 해야 할 말을 적어놨었다. 1시간의 면담 중 시간을 잘 쪼개 써야 할 것 같아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많이 고민한 결과, 부장님께 보고 드릴 게 있어 면담신청을 했습니다. 1달 후 퇴사를 희망합니다. “


부장님은 아이패드에 메모를 하고 계셨고, 반응은 무덤덤했다. 현재 내가 아무 반응을 할 수 없는 이유는 꽤나 당황해서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유를 한번 들어볼까?”

나는 일본도 외국이지만, 언제나 다른 해외에 나가서 사는 것도 그림 그려왔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외국으로 시프팅을 할 수 있을지. 무작정 30이 되기 전에 워킹홀리데이를 갈까도 생각했지만, 제일 이상적인 건 회사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현재 우리 회사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속도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프랑스로 출장을 가기도 하며, 안건이 해외에 있기는 했지만 아예 프랑스의 회사에 들어가는 것과는 속도감이 다를 거라 판단했다. 그러던 중 링크드인을 통해 스카우트 연락이 왔고, 면접에 응한 결과 면접 4번 만에 최종 내정을 받았다.


이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상사에게 말씀드렸고, 부장님께서는 우리 회사에 남게하고 싶지만, 네가 그리는 미래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 정해진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게 나를 위해서는 좋겠다며 동의하셨다.


집에 가는 길과, 집에 가서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인간관계 중에 제일 못하는 게 “안녕” 이기 때문이다. 기약 없는 이 인사말이 가슴을 울리고 이만큼 가슴 서린 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를 믿어줘 왔던, 내 멱살을 끌고 지금의 나로 성장하게 해 준 이 회사를 상대로 말이다.


“기껏 좋은 와인을 선물 받았는데..”

라는 면담후 부장님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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