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믿었던 부하에게 퇴사 보고를 받았다.

꽤나 당황스럽네요.

by 이나

그렇다. 회사 상사에게 퇴사보고를 했다.

회사의 룰에 맞게 한 달 전 보고다.


회사는 너무 좋았고 즐거웠다.

이만한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디자이너답게 할 수 있는 직업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깊게 고민했으며, 누구나 한 번쯤 당연히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에는 막연한 멋져 보이는 반짝이는 꿈을, 중학생 때에는 좋은 고등학교를 위해, 고등학생 때에는 대학을, 대학 후에는 취업을, 취업 후에는 결혼을, 그 후에는 아이를.. 등등 말이다.


자유로운 영혼인 줄만 알았던 나였는데, 사회가 정해준 길을 그대로 아주 잘 걷고 있었고, 결혼이라는 과제? 까지 길 그대로를 걷고 있었다. 30살이 되기 한 달 전에 사춘기가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쯤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했다. 새로운 자극이 없어 도파민이 부족했던 것일까.


다시 퇴직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면, 나는 이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회사 취업 8년 차 고인 물 마인드로는 한 군데에 지긋히 깊게 배우 지를 못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그만두며 일 년에 한 번씩 이직을 하는 것이 느낌이 영 프로페셔널 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 회사에 평생 있을 생각은 없었다. 미래가 이 회사가 전부라는 생각을 하는 것조차 즐거움이 없고 재미가 없는 미래라고 생각했기에, 현생은 즐겁지만 무의식 속에 그런 생각은 피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부장님 일기

-8년간 믿었던 부하에게 갑자기 퇴사를 보고받았다 -

이나짱은 정말 안정적이고 걱정이 없는 1인 디자이너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혼자서도 잘하는 사원이다. 그런 전혀 상상도 못 한 사원에게 퇴사통보를 받다니, 정말 곤란하고 당황했다. 오늘은 그녀에게 받은 와인을 마셔야겠다. 모처럼 좋은 와인을 선물 받았는데..


퇴사보고를 하고 한동안 우울했다.

정말 내가 한 선택이 맞을까. 내 인생에 나를 구원해 주는 회사는 이곳뿐이었을 수도 있는데, 행복을 내가 걷어찬 것은 아닐까,라는.


그래도 후회해도 소용없다. 내 앞날은 내가 즐겁게 잘 써 내려가야지. 다음글에는 퇴직 보고를 한 당일에 대해 글을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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