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색은 뭘까?
어느 날,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너 그대로 충분히 멋진데, 남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비교하는 것 같아. 네가 좋아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할 때 멋져 보였는데, 요즘엔 다른 사람의 반응을 의식하면서 네 본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워.”
생각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아니, 사실 그렇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행동에 대해 의심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술 대학을 다닐 때도 나는 과제에 맞게 나름대로 해석한 작품을 제출하고 ‘평가’를 받았다. 그때도 나는 상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나만의 것을 창조하고 있다고 믿었다. 지금의 나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으로서 남들의 반응을 고려해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일하고, 평가받는 것이 프로라고 생각했다. 남을 ‘의식’하고 ‘성장’하는 것이 단단한 어른이 되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믿어왔다.
그런 나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한 말이었다. ‘의식’은 더 큰 성장을 막는, ‘비교’라는 벽을 쌓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늘 ‘자유로운 영혼’이 되리라 꿈꿨지만, 정작 전혀 그렇지 못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쩌면 한국에서 자란 많은 이들이 나처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나는 끝없이 비교당하는 환경에서 살았다. 한국이라는 배경이 그런 환경을 조성하기에는 딱 적당했다고 생각한다. 비교는 어떤 조건에서도 내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비교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당시의 ‘여왕님’ 김연아가 감동적인 피겨 연기를 할 때마다, “너도 김연아처럼 돼야지”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성적에 대한 집착은 덜했지만, 동생, 친구, 심지어 물만 줘도 잘 자라는 나무와도 비교당했다.
어느새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나는 점점 더 나를 도랑 끝으로 밀어냈던 것 같다.
자존감이란 것도 그렇게 형성되는 걸까. 지금 이렇게 나만의 색깔로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내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남들과 비교하고 있었다. 나도 분명 아름다운 구석이 있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이고 더 멋져 보였다.
겸손과 자만, 경쟁과 비교, 긍정과 부정.
이 단어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살아온 날들이 있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앞으로도 아마 나는 여전히 그럴 것이다. 나는 이 단어들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믿었고, 그 믿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왔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가 텅 빈 꿈 속에서 이유도 모를 헛수영을 하던 나를 뺨치듯 일으켜 세운 것이다. 그 순간, 이 단어들 사이에는 ‘진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랬던 것 같다. 남들의 의견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살았다. 나는 예민하지도 않은 둔감한 성격이라, 그런 삶이 오히려 편했고, 그냥저냥 동글동글 살아낸 것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색은 무엇일까.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진짜 내 마음을 울렸던 장소는 어디였을까. 나는 무엇을 싫어하고 불편해할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여보려 한다. ‘누구는 이렇게 살고, 누구보다는 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은 한쪽으로 밀어 두고, 진짜 나의 취향을,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을 찾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