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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Sep 29. 2023

핸드폰 번호 없으면 한국인도 아닌가요

 글로벌 대한민국은 개뿔.

핸드폰번호는 언제부터 나를 증명하는 수단이 됐을까.

외국살이 하는 분들, 혹여나 일상생활이 불편하지만 한국에 살면서도 개인명의의 핸드폰번호가 없는 분들께서는 수천번 공감되는 부분 일 것이다.


이 배려 없는 이해가 안 되는 시스템이 왜 당연한 문화가 된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나는 한국에 살고 있지 않아 핸드폰번호가 없다.

첫 1년 동안은 있었다. 핸드폰을 사용하진 않지만 일시정지를 하면서 매달 3000원씩 내면서 개인정보 확인을 해왔다. 쓰지도 않는 핸드폰 3000원, 일 년에 36000원. 크지 않은 돈이지만 굳이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사는 나는 개인정보확인을 핸드폰번호로만이 아니더라도 이메일 등등 다른 방법이 여러 가지 있었던 거 같은데... 한국은 보안이 철저한 걸까?


10년 전 미국에 있을 때도 네이버 비밀번호를 찾는다고 한참을 애를 먹었다. 오랜만에 들어간 메일주소라고 개인확인이 필요하다며 핸드폰번호를 달라고 했다.


핸드폰 번호가 없으면 공인인증서.. 공인인증서도 유효기간, 혹은 비밀번호 갱신을 하지 못하면 바로 사용이 안되어, 확인할 방도가 없다. 하핫, 일단 웃고 가자.


아래의 몇 가지 직접 당한(?) 일들을 나열해 봤다.


1.

온라인면세점으로 로그인할 때도, 내국인/ 외국인중에선 (내국인)을 누르면 여권번호, 이메일주소 등등은 알겠는데 왜?! 여기서 핸드폰 번호가 필요한 걸까.

코로나 때 한국에 들어올 때도, 그러니까 공항에서 큐알 인증을 할 때조차도 (기본 외국인들이 반 이상일 이곳에서 조차도!) 한국에서 연결되는 핸드폰 번호를 적으라고 했다. 없… 없는데요..


2.

한국사이트에서 결제할 때, 카드 선택란에는 한국에서 발급한 은행에서 밖에 결제가 안된다…

즉, 신한, 외한, 우리, 국민 등등의 선택지만 있다.

외국카드는 한국에서 결제가 안된다.

아무튼, 그래, 나 한국인이야~ 신한카드 정도는 있다구! 라며 당당하게 (신한) 버튼을 눌러 다음창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난관. 내 명의 카드가 있지만 핸드폰 번호는 없어서 직접 은행에 가서 가족 번호를 등록을 해놨다. 그럼 등록된 핸드폰 번호를 적으면 인증이 돼야 하는 거 아닌가? 본인명의 핸드폰이 없으면 등록이 안된다 해서, 결국엔 결제가 안 됐다.

그래, 본인명의의 핸드폰이 없으니 한국카드 결제가 안되는구나, “엄마 카드 좀 빌려줘, 여기서 결제 좀 하고 핸드폰번호 인증번호 좀” 이라며 결제를 진행했다. 게다가 다운 받아야 하는 보안시스템도 이상하리 만큼 많이 받아야 한다. (결제) 버튼을 누르니 ip가 한국이 아니래!!!!!!!


와아. 아놔, 뭐 이래. 너무한 거 아니야?!


3.

카카오톡은 뭐, 말도 말자. 한국번호로 안 되어있으니, 모든 한국문화 속 스며들어있는 카카오택시, 기프티콘은 발급도, 받지도 못한다. (근데 정작 본인도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ㅎ)  

또, 이모티콘, 카카오페이 등등 외국아이디로는 제한되는 서비스가 정말 많다. 원하는 이모티콘은 친구들이 하나씩 사줬다. 구매할 수 없어 할머니가 쓰는 어피치 이모티콘만 쓰던 내가 안쓰러웠을 수도 있다.  (고맙다 친구들아, 나의 감정의 폭을 넓혀줘서)


핸드폰번호뿐만이 아니다.

그놈의 지도.. 전 세계가 사용하는 지도, 구글맵이 상용화가 되어있지 않다니.. 모든 어플을 카카오랑 네이버가 잡고 있는 게 사뭇 옆에 있는 아주 큰 나라, 중국과도 비슷한 점이 있는 기분이 든다. 정녕 이곳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는가를 올 때마다 생각하며 네이버지도를 깔고, 지우 고를 반복한다. (어차피 일본 돌아가면 용량만 차지하고 안 쓰니까 금방 지운다)


사실 외국에 있는 내가 조금 노력해서 개인 명의의 핸드폰 번호를 개통해서 인증할 수 있게만 해두면 모든 게 다 해결될 일이다. 오히려 그렇게 개인명의가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카드결제, 지도, 택시, 핸드폰…

한국이 이렇게 국제적인 나라가 될 때까지.. 분명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나뿐만이 아닐 텐데. 얼마나 이민자가 많고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인데, 이렇게 문화가 보편화되어있지 않을까? 글로벌 한국! 케이팝! 신문화! 를 외칠 때 조금이라도 한국에 관심을 갖고 내한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무언가 조금만, 바뀌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침,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아, 이런걸 갈라파고스화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하여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현상) 이라고 하는구나.


분명 이유가 있어서 이런 제도가 상용화되어있는 거겠지만, 왠지 살짝 외국인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나를 대한외국인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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