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

魚座

물고기 자리

by Inan Son

魚칠


애 호랑이 나비는 검은 입속에서 밖으로, 이보의 시선 앞으로 나와 날으니, 좋았는데, 히죽 웃던 이보의 반가움에 이어 이보의 어둔 입, 검은 과녁 속에서는 또 다른 한 마리의 나비가 불려나와, 아이쿠 이런 일이 참말로 있었단 게요? 구공(口空)이를 닫아두지 않기 참만 다행이라고. 그리하여 그지없이 두 마리의 나비가, 그 나중에 나온 녀석은 흰 호랑이의 터럭(白毫)이라도 제 날개에 붙들고 있는데, 이보의 주위로, 비어있던 침대위로 쉬이 쉬이 날고서는, 수다방광(數多放光)한다.

창백한 방을 더 탈색만 시켜놓고, 없지도 않은 유리창을 유유히 건너 뛰어 그 유리를 지워버리고, 깨지는 소리도 없었으니 그저 통과하였다. 고 해야겠지만 무슨 꾀였단 말이냐. 안개구름이 드리워지는 창(窓)건너의 풍경 속에 점이라도 될 때까지, 둘이 하나라도 될 성싶게 허공에다가 긴 선(線)을 밝히며 지워져가니, 선(線)이 날 세운 선(禪)타령이 낸 길(道)이, 이보에게는 웃음도 눈물도 지워진 표정으로 멀어지고, 흐려져 가는, 묵(黙)히 안개구름이 내린 정경(情景)을 하염없이, 염치없이 바라만 보며, 빈 물고기자리를 꼬옥 깨물기도 깨물고 있었다.




座칠


불협의 파동이나 되나. 첩첩인중(疊疊鱗中)에 하루라는 이름의 물고기 비늘 위로 찍어내야 하는 점안을, 찰나를 잇는 걸음마다 구분 동작으로 보기도 내어다 봐야하는 점오를, 실컷 봉우리 불어 오르던 바람꽃이 순간 흘레구름으로 피어나듯이 몸을 바꾸어야, 하는 게로구나. 게로움이로구나. 고롭구나. 고러쿠나. 고로. 고.

마루에 올라, 건너 지난 마루 보다가 뜨악해져 벌써나 이만치 왔다, 하려는데 앞으로 지내야할 마루를 보니 이제까지의 노력이란 결국 고작이었다. 타령이라도 하나 건져 올려 얄까 서나, 도드리 랏다, 자진아리랄까 보냐. 목청을 뽑아 길게 달아매고 긴아리랏다. 기나리란다. 나릿나릿 걸으세, 마루 간(間)에 줄도 없어서라, 말이. 자칫 헛디디면 이 잠에서 깨어도 버릴지 몰라라 하더냐. 혀가 없달 만큼 닳아도, 구름 한 뭉텅이 짧게라도 밟아라. 뉘라도 세우셨나, 마루에 뭉퉁이고 구릉에 뭉텅이는 돌탑 꼴이 되신 재(灰)를 밟으면, 불껌이라도 밟으면 말이야, 울대에 가득채운 설움이 행여나 얼음으로라도 우두둑 져서 내리지나 않겠나. 우박(愚樸)한 무리(雨雹)이거나 진눈깨비하거나 외곬으로 어수룩하게 옹다문 꽃눈이 피어나지나 않겠는가 말이다.

화아(花芽).

함시롱 울대를 빠져흘러 길어진 타령은 마루에 갈림길에서 한 길은 소릿골을 향하여 팔랑이고 한 길은 숨골로 기울이니, 할기죽 할기죽 내려다보고 날려다보아도 어데가 무루로 난 길인지. 마루 거쳐 되드는 메아리에게 길이라도 물어볼 셈이라고. 철철 넘치는 첩첩(喋喋). 기다리다 늦배 낳은 빙충(氷蟲) 앞으로 한 쌍의 나비가 우박 내리듯 지나가니, 지나오니, 둘이서 헤엄치는 하나의 새(鳥)겠구나. 우박새(優婆塞)의 한 자리겠구나. 한 공(空)을 유(游)한 갈래 자죽이 눈물길에 넘친다. 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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