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ITALIA MONOLOGUE
붉은 방에 가득 나리 피었네.
하니, 붉은 것인지 흰 것인지 그저 모두 분홍이라.
나리 봉긋 웃네.
떨리는 건 꽃이 아니지
내가 누굴 닮았다고요?
떨리는 것은 꽃이 아니지
흐린 하늘에 누런 달이 덩그러니
비 맞은 모래 속에 칼을 담그고 도망치네.
펄럭이는 나리 님에 나래들이 나리신다.
桂月 끝물에 걸터앉은 오래된 母液이여
떠돌뱅이 老咄이여
무슴다 錄事님 넷 나를 닛고신뎌.
好,
피 빛 강물이여 굽이쳐 흘러라. 무척이나 거만하게 무척이나 도도하게 흘러라. 동녘이 밝아진다. 푸른 새벽위로 마지막 붉은 숨결이여 굽이쳐 올라라. 더러운 태양이 땅을 태우기 전에 시절을 빠져 나가려무나. 달려라 붉은 다리여 터져 올라라 너의 흰 꼬리여.
밤이면 신자본당원들과 수정자유당원들의 백색테러가 그들에게 등을 돌렸던 회색주의자들을 긁어모아 붉은 이로 둔갑시키고 강물에 그들의 피를 뿌려댔다. 해가 뜨고 나면 그 뿐, 청소원들은 강가에 놓여진 컨테이너 사이를 물들였던 회색주의자들의 붉은 피를 닦았다.
사람들은 그 시각에 시청 앞 담벼락 행사에 열중할 뿐이었다.
오전 출근 시간에는 시청 앞에서 전차표를 뿌리고 정오의 교회에서는 흰 옷을 입은 장로들이 누런 이를 하얗게 웃어대며 돈 뭉치를 뿌려댄다. 해질녘에는 대형잡화점에서 할인 티켓을 뿌릴 것이다. 그때마다 우글거리는 군중들 너머에서 사설 앰뷸런스들은 곧 자빠지거나 서로에게 밟혀서 내장을 토하게 될 몸뚱이들을 기다리며 경광등을 껌뻑여 댄다. 이 행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도시는 그렇게 활기차게 구르고 있는 것이지만 그 활기 넘쳐 내장들이 터지는 동안 누군가의 눈물이나 분노 또한 속을 드러낸 천변(川邊인가 賤便 인가)위를 가득 구르고 있는 터였다.
好於 ! 그런가~
오늘따라 유난히 너의 눈이 붉어 보이는 구나. 오늘따라 너의 혀가 좀 더 벌렁거리고 너의 목덜미가 더욱 반짝이는 구나. 흐느적이는 교태와 질질 흐르는 신음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풍만하구나. 吾, 도시여 好, 거리들이여.
불을 밝혀라. 일제히 등을 올려라. 오늘 가득히 너의 헐어빠진 음부위로 붉게 달아오른 등을 올려라. 모두들 완벽하게 비어있는 아랫도리를 채워줄 너의 손님들을 맞이하라. 배배 꼬인 욕망의 혓바닥을 인도해줄 등을 올려 밝혀라!
블라디미르는 한 잔의 술을 놓고 늑대의 생애를 노래하는가. 말이 없다. 벙어리라도 이리 말이 없을 까. 술어멈이 짧은 혀를 찬다. 블라디미르는 멸치다. 몸에 수분이라고는 없을 법도 한, 찡~하니 마른 까만 멸치.
한쪽 눈은 검고 한쪽 눈은 초록이어서 참 희한하기도 고단할 테지.
왼발로 트래핑을 하고 반대 발로 크로스를 올려. 혹은 왼다리로는 헛다리를 짚고 반대발로 툭 쳐서 들어가다가 왼발로 직접 때리던지. 말이지.
결국에 공은 왼발 앞을 구르고 있는 거야.
데구르르르르리.......
게릴라성 폭우가 내리는 대교를 질주하며 블라디미르에게 자꾸만 튕겨 올라 오르는 방울들은 왼발 앞에 놓여진 공이였다. 매일 영점 일 밀리미터씩 자라나는 불안이 자꾸만 굴러가는 그 공의 속도를 추월한다.
悟, 부르주아들의 무관심이여, 신흥귀족들의 천박함과 매혈을 주도하던 교회의 혹독함이여. 이제 그대들의 밑바닥과 그 바닥아래에 서식하는 구데기의 한숨으로 너희를 비웃어 주리라. 비울어 주리라.
블라디미르는 중얼거린다.
언제나처럼 어색하게 축제가 끝나고 사람들은 축제용 안주로 배를 불린다.
-여기 활동 한 접시 주세요. 싱싱한 걸로.
축제가 끝나면 바카스를 먹어도 피로는 풀리지 않고 정로환을 먹어도 설사는 멈추지 않는다. 블라디미르는 구르는 공을 보며 한숨을 쉰다.
나는 엄마 딸하고 싶은 데 나는 아빠 아들이다. 호흡을 멈추지 말아야 다리가 풀리지 아니한다. 흐른 땀만큼의 물을 마셔라, 흘린 눈물만큼만 물을 마셔라.
피의 일주일이 끝나고,
세상은 흐린 밤처럼 고요해졌다. 일어섰던 풀들이 모두 눕고 진실은 비밀이 되어 동구 밖 번쩍 솟은 발정 난 수캐의 좆대가리 속에라도 묻혀져 새벽녘 컹컹이는 신음소리로 지워질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피 어린 신음소리들도, 외침들도 깡그리 더운 여름 피어오를 교성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국지(局地)성 호우처럼 다르게 흘렀고 강을 경계로 한편은 과거를 살고 한편은 미래라도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비는 내리고 태풍은 매시(每時) 이십이 킬로미터의 속도로 북상중이다.
상점들은 서둘러 문을 닫고 노점은 보따리를 여미고 사내들은 잠자리를 찾으러 여덟 개의 눈을 굴리고 옌네들은 잰걸음을 걸으며 場을 떠난다.
도대체 블라디미르는 뭘 팔라고 여기기에 왔던 거였지?
그리고 멀리서 무고한 비명이 젖은 밤을 가로 벤(斬)다.
돌돌(突咄)! 하고
출출(泏怵)! 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