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이지만 진솔한 속마음
육군 보병 병과 학교 구호로 처음 접한 문장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볼 때마다 리더는 "고독한 자리"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혼자서는 리더가 될 수 없는데 리더가 왜 고독한 자리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꼭 좋은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크던 작던 한 무리를 이루면 하나의 목표를 위하여 진행하는 과정에서 순간순간 결정을 요구하게 되고, 그 순간의 판단은 모든 사람이 다를 수밖에 없어서 결국, 리더가 결정을 하며 나아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결국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책임을 이겨내기 위해서 리더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벌써 20년이나 흘렀지만 처음 소대장으로 부대에 방문하기 전날밤, 밤새 방에서 거울을 보며 경례자세를 해보고 인사말을 되풀이하던 소위였던 제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글을 쓰는 지금도 제 손에서는 땀이 뻘뻘 나네요.)
그리고 15년이 지나 처음 직장에서 팀장을 맡게 되었을 때도 노련한 직장인의 모습이 아닌, 20대 소대장의 모습보다 더 부담스럽고 제 자신이 한없이 어색해... 평소같이 일하던 동료가 "팀장님"이라고 부르는 호칭이 너무 낯설게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공식적인" 리더는 쉽게 외칠 수 없는 자리입니다.
나를 따르라?? 도저히 그 무게를 이겨내기 힘들었죠.
좋은 리더가 되고 싶었습니다.
20여 명의 팀원 중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회사 생활에서 만족하며 일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그러한 팀을 만들고 싶었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아니 믿었습니다.
오랜 기간 이 일을 해왔고, 팀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초년생일 때부터 보아왔던 친구들이기에 누구보다 내 스타일을 잘 알고 따라와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네...
기대하신 것처럼 며칠 안 가서 그러한 환상은 처참하게 깨져버렸죠.
팀원들을 위한다고 제가 생각했던 배려나 그라운드룰은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리고, 성과를 위한 코칭은 지적질로, 가벼운 맘에 나온 칭찬은 편애로 되어버리는 것을 너무나도 빠른 시간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팀원들과 오랜 기간 함께했기에 빨리 깨달을 수 있었다고 지금 이 순간에는 긍정적인 생각도 드네요.)
그때 옆 팀장님이 힘들어하는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환상에서 깨어나... 본인이 용도 아니고, 왜 이렇게 가혹해"
가볍게 하신 말씀이지만, "용??"이라는 단어가 참 기억에 남았죠......
용... 용... 난 왜 사람이 아닌 용이 되려고 했을까?라고 말이죠.(용용 죽겠지ㅠㅠ)
나 자신에게 가장 속상하고 지치는 것이 무엇인 지를 되물었을 때, 제가 얻은 답변은 "나다움이 없네"였습니다. 우선 제 스스로가 너무 저와 어울리지 않은 이상향을 상상하고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였기에 어색하고, 좋은 모습은 가식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부끄러웠죠. 그렇다고 팀원들을 모아놓고 "자자! 이제는 원래 나처럼 행동할 테니 나를 따르도록!"이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잡담"이었습니다.
잡담은 다들 아시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쓸데없이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팀원들에게 하는 말이 업무적으로 꼭 중요한 일도 아니고,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것도 아니고 싶었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나누고" 싶었기에 잡담이라고 이름하여 글을 썼습니다.
그러한 것이 가장 "저 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잡담에는 솔직한 사과로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말과 행동으로 인한 상처에 대한 반성...
팀장이 되기 전에 팀원으로서 저도 팀장을 욕하고 헐뜯었던 행동에 대한 반성...
팀장이 되고 나서 과했던 제 모습으로 인한 부담감과 어려움
말로 했으면 술을 거하게 취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내용을 담담하게 글로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잡담을 통해 조금씩 팀원들에게 진솔한 제 생각을 일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다른 팀에는 제가 팀장이 되고 팀원들에게 큰 잘못을 해서 사과했다는 식으로 소문이 돌았다고도 들었습니다. 역시 어디서나 말은 돌고 돌죠.)
지금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여 팀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잡담"은 저에게 중요한 소통의 방식입니다.
업무적으로 팀에 공유해야 할 주요한 일도 적고, 팀원 경조사나 공유할 사항도 나누고, 심지어는 회사 내 찌라시(?)도 공유하며 잡담을 주기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현재 팀원들도 면담을 하거나 리더십 평가 피드백을 봐도 "잡담"을 참 좋아라 해주십니다. 뭐랄까... 작당모의 같은 우리만의 소통같이 되었거든요.
외부 강연을 할 때에도 강연 제목을 "Job談"이라고 하며 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전공이 "데이터"이기에 데이터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현업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 등을 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Job"에 대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라는 분야는 기술적인 부분도 참 많이 중요하지만(참고로 저는 공대생입니다. 기술 중요합니다.) 본질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에 그곳에서도 진솔한 제 이야기를 "잡담"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일방적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