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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 표류기"

by ina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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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김 씨 표류기라는 영화 한 편을 봤다.

오래전에 개봉한 영화인데 이번에 보는 건 세 번째다.

삶에 비관을 해 한강에 투신자살을 시도했는데 우연히 한강에 있는 작은 섬에 살게 된 한 남자와

방안에서만 사는 히키코모리여자의 이야기.

남자는 우연히 누군가 버린 짜파게티 봉지를 발견하는데 그 안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짜파게티 분말가루가 들어있었다. 먹을 거라곤 물고기 비둘기고기밖에 없는 무인도에서 남자는 짜장면에 대한 갈증과 갈망에 나날이 고통스러워하는데ㅐ, 방 안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히키코모리 여자는 그곳에 짜장면 세 그릇을 배달해 준다. 하지만 남자는 그 짜장면을 다시 돌려보낸다.


"짜장며 은 나에게 희망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남자는 어느 날 자신의 허수아비 친구 곁에 자란 옥수수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 옥수수를 키워 옥수수면으로 짜장면을 만들어 먹고, 진심으로 눈물겨운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 모습을 지켜본 히키코모리 여자는 축하한다는 말을 적은 편지를 넣어 와인병에 담아 무인도로 던진다.

희망이라는 건 개인에게 무엇이고 인간이 가진 능동성과 꿈꾸는 것에 대한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


인상 깊었던 건, 남자에게서 돌아온 다 굳어버린 덩어리면을 우걱우걱 먹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여자는 왜 그 면을 우걱우걱 먹었을 까,


그 이후 여자는 조금씩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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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포기할 만큼 고통스러웠던 남자는 무인도에서 발견한 쓰레기더미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냥 저거 주어진, 흔히들 자신이 가장 갈망하던 짜장면을 눈앞에 보고도 다시 돌려보내

옥수수나무를 키워내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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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에게 스스로 삶에서 발견해야 하는 건, 삶에 대한 절실함과 무언가 갈망할 만한 가치 있는 희망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영화였던 것 같다.

그 여자가 거저 보내준, 짜장면은 아마도 우리가 흔히들 바라는 천운, 이나 벼락 출세 같은 건 아니었을 까,


삶에 희망은 어떤 것인가, 내 삶에 모든 걸 걸만한 희망은 무엇인가,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만의 무인도에 살아가는 것 같은 이 시대에서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것인가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질문이 될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누군가도 무인도에서 발견한 옥수수나무 같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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