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는 것이 브랜딩이다.
정부지원사업 창업지원금 발표를 위해 중진공 발표방에 갈 때마다 늘 마음 한구석이 움츠러들었다. 오르골의 시장규모가 작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창업자들이 IT나 바이오, 핀테크 같은 거창한 분야를 이야기할 때, 나는 작은 오르골 하나 들고 서 있는 게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오르골요? 음… 시장이 좀 작지 않나요?”
“직접 만들어서 몇개나 어떻게 팔 수 있죠?”
예상했던 질문이었지만 매번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래도 나는 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끝까지 했다. 수제 오르골의 특별함, 개인 맞춤 제작의 의미, 감성을 담은 작품이 주는 가치에 대해서.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떨어졌을 때는 당연하다 생각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네 번째, 다섯 번째가 되니 스스로도 의아했다. 왜 계속 지원하고 있는 걸까? 분명 떨어질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여섯 번째 지원서를 준비하며 중진공에 갔을 때였다. 접수 창구에서 담당자분이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오르골 작가님! 또 오셨네요!”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떨어졌지만 기억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중진공 담당자에게 ‘오르골’이라는 키워드는 이제 나와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작다고 여겼던 시장, 초라하다고 생각했던 내 영역이 오히려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브랜드란 거창한 마케팅이나 화려한 포장이 아니었다. 작더라도 내 것을 꾸준히,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것. 떨어져도 또 일어나서 같은 자리에 서는 것. 그런 일관성이 사람들 마음속에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것이었다.
결국 지원사업에는 계속 떨어졌지만,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걸 얻었다. ‘오르골 하면 나’를 떠올리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게 바로 나다운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크지 않아도 괜찮다. 기억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실패에서 배운 일은 기억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였다. 반복된 나의 도전과 끈기가 결국 기억되는 나란 사람을 만들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 새롭게 나아가는 웰니스 브랜드는 시장도 크고 내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해서 전처럼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엔 나는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처럼 늘 자괴감을 느끼며 발표장에서 나왔는데, 최근에 우연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표하게 된 발표장에선 많은 사람들이 이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그때 느꼈다. ‘이 길이 내 길이었구나.’ 벅참과 행복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실수에서 멈췄다면 나는 실패자로 남았겠지만, 나는 실수에서 배우고자 했기에 새로운 길에서 더 좋은 걸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오르골로 시작된 나의 브랜딩 여정이 이제 더 넓은 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그 작은 시작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