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by 시더로즈


거울 속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다


"미안해, 나 너무 피곤해서 못 만날 것 같아."


3년을 사귄 남자친구에게 처음으로 한 거절이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온 말은 예상과 달랐다.


"요즘 네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기적이라고? 피곤할 때 쉬고 싶다고 말하는 게?


그날 밤, 나는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내가 정말 이기적이 된 걸까? 변한 걸까? 아니면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데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걸까?


답은 3주 후에 알게 되었다.


그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과 함께.


"수현아,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너랑 있으면 답답해. 예전엔 그런 게 없었는데."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3년이 끝났다. 그리고 나는 혼자 남겨진 방에서 충격적인 것을 발견했다.


모든 것이 그의 것이었다.


거실 테이블의 맥주잔, TV 옆 게임 디스크들, 침실의 회색 블랭킷, 옷장 가득한 어두운 색 옷들, 화장대의 베이지 톤 화장품들... 심지어 냉장고 음식까지.


나는 어디에 있을까?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들여다봤다. 거기에 비친 얼굴이 낯설었다. 이게... 정말 내 얼굴일까? 3년 전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핸드폰으로 예전 사진들을 뒤져봤다. 그 안에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있었다. 밝은 색 원피스를 입고, 핑크색 립스틱을 바르고, 활짝 웃고 있는 사람.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나다웠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걸까? 아니, 변한 게 아니라 잃어버린 걸까?


그날 밤, 나는 작은 노트를 꺼내 첫 페이지에 이렇게 썼다.


"나 찾기 프로젝트 - 이수현 ver.2.0"


28년을 살아왔지만,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게 무서웠다. 동시에 이상하게도 조금 설레기도 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 어떤 음식을 먹으면 행복할까? 어떤 색깔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까? 어떤 음악을 들으면 위로받을까?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부터 찾아가면 되니까.


이 책은 그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거창한 변화의 이야기가 아니다. 극적인 깨달음도, 완벽한 결말도 없다. 그저 평범한 28살 직장인이 하루하루 작은 선택들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천천히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혹시 당신도 거울 속에서 낯선 사람을 만난 적이 있나요? 혹시 당신도 '진짜 나'가 누구인지 궁금한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지금의 당신도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는 친구 같은 이야기였으면 좋겠습니다.


2024년 봄
어느 작은 원룸에서


이수현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나의 셀프러브리셋이 오늘 시작됩니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