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오늘 문득 불안한 감정이 밀려왔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100%의 성공적인 결말을 예상하고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SNS를 켜보면, 온통 '희망 같은 건 집어치워라', '뇌 빼고 성과와 현실의 수치를 중요시 하라'는 말들만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정말 그럴까? 모든 큰 성과와 수치가 되기까지의 과정들에는 실패나 불안감 같은 게 없었을까?
매일 똑같은 일상, 그렇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멀기만 해 보이는 꿈. 나는 그런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내게 이것은 행복으로 가는 과정 중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나의 엄마라면, 지금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해줬을까. 생각하다 보니 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
"과정을 신뢰하기"
'신뢰'라고 하면, 종교나 어떤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람에게 믿음이나 신뢰는 개인이 살아가는 지표이자 모양새의 뼈대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믿는 가치에 따라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내게는 어떤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은 어떤 모양의 믿음을 갖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마음 한편에서 느껴지곤 한다.
물론 믿음이라는 것이 살아가면서 변화하기도 하고 때때로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믿는 것이 있어야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정을 신뢰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는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 결과를 기다릴 수 있는 힘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조금씩 쌓여가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믿는 일이다. 실패했을 때조차 그것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고 여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보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결과 중심으로 편집된다는 것이다. 화려한 성취 뒤에 숨겨진 수많은 평범한 날들,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순간들,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들이야말로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그 과정을 견뎌낸 것이야말로 진짜 성장이 아닐까.
불안하다고 해서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한 발짝씩 내딛는 것, 그것이 과정을 신뢰하는 일이다.
내가 나의 엄마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 지금 네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너를 어딘가로 이끌고 있을 거야. 조급해하지 말고, 과정을 신뢰해봐."
오늘도 나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완벽하지 않은 오늘이지만, 이 또한 내 삶의 소중한 과정이라고 믿으면서.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아름답다. 그리고 그 과정을 신뢰하는 마음이,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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