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길을 걷던 가을 날,
"진흙길"이라고 하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
저는 질퍽이고 축축한, 일단 더러워지는 신발부터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오늘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다가, 공원 옆 진흙길에서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신발을 벗고, 신발을 손에 들고 진흙길을 걸어가고 있었어요. 시민의 건강을 위해 시에서 마련해놓은 황토길이었습니다.
저도 망설임 없이 신발을 벗고 그 길에 합류했습니다.
예전에 구두굽이 부러져서 어쩔 수 없이 맨발로 집까지 걸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축축하고 불편하게 느껴졌을 법한 진흙길이, 막상 걸어보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차가운 흙의 감촉, 따사로운 가을 햇살, 시원한 바람.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왜인지 경계가 조금은 허물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맨발이었으니까요. 신발을 벗는다는, 같은 선택을 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여기서는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으니까요.
예전의 저는 커뮤니티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는 늘 문제가 생겼고,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혹은 소수의 신뢰하는 사람들과만 시간을 보내는 게 더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도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때도, 무언가의 맥락을 지어갈 때도, 결론은 늘 같은 곳으로 향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
왜일까요?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비로소 가치를 찾고 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황토길을 걷다가 문득, 머릿속에 스쳐간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만드는 서비스도 이런 길 같았으면 좋겠다."
신발을 신지 않아도, 차갑고 시원한 건강해지는 진흙길 위를 함께 오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길.
이곳에서는 서로가 너무 당연해서, 이상하게 보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길.
마음이 편안해지는 길.
사람들은 모두 다릅니다. 이건 팩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이해받고 받아들여지기를 바랍니다.
때때로 우리는 머리로는 다르다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우리도 모르게 나와 다름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하고 있진 않았을까요?
그런 길이 된다는 것.
모두가 신발을 벗어도 되는, 맨발이 당연한, 그래서 경계를 내려놓아도 되는 그런 공간을 만든다는 것.
참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