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만한 일에 미치는 시간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오후 2시까지 자고, 청소하고, 밥 먹고, 빨래하고, 포도 사 와서, 씻고, 팩하니 벌써 저녁 7시다.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시간은 어느새 저물어 있었다.
뭐에 미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예전에 ‘미칠만한 일에 미치자’고 생각했었다. 그냥 막연한 다짐이었는데, 요즘이 딱 그런 시기인 것 같다. 무언가에 온전히 빠져드는 지금, 어렵지만 동시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려워도 괜찮다. 가치 있는 길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건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어려움이다. 그 시간 동안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요즘 준비하는 일에 대한 나의 태도는 어떤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몰입하고, 수정하고, 믿을 만한 사람의 조언을 받고, 더 가꿔가는 이 과정들이 너무 행복하다고 느껴진다. 예전이랑 왜인지 다른 느낌이다. 혼자 해내야 하는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유연한 태도로 멀리서 바라볼 줄 아는 시야는 분명 분별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때때로 이렇게 믿는다. 무지막지하게 똑똑한 사람보다, 의도나 태도가 건강하고 좋게 만들어진 사람이 내외적으로도 더 멋지게 성장한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틀렸다. 실제로 자리가 사람을 망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높은 자리에 올라 교만해지거나, 권력에 취해 본질을 잃어버리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깨달았다. 결국 사람이 가진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스스로 쌓아올린 내적 자산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쌓는다. 청소하고, 밥 먹고, 빨래하고, 과일 사고, 나를 돌보는 일상 속에서. 그리고 무언가에 몰입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려가는 이 순간 속에서. 어려운 길이지만, 가치 있는 길이라면 괜찮다. 미칠만한 일에 미쳐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언젠가 내 안의 단단한 자산이 되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