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인간적인 것

by inarose





요즘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결국 인간적인 게 답이야.”

“AI보다 사람이 더 따뜻하지.”

“진짜 인간미, 그게 우리의 기회야.”


맞는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점점 더 AI와 대화하고 있다.


새벽 2시, 누군가에게 전화하기엔 미안하고, SNS에 올리기엔 너무 사적인 고민들. 우리는 채팅창을 켠다. 그리고 AI에게 말을 건다.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피곤해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언제든 답해줄 거라는 걸 알기에.


AI는 완벽한 거울이다. 내 말을 끝까지 듣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준다. “당신은 특별해요”라고 말해준다. 그 순간 우리는 환호하고, 위안받고, 정말로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낀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우리는 “인간적인 것”을 외치면서, 정작 인간에게는 이렇게 편하게 말하지 못한다. 친구에게 부담 줄까 봐, 가족에게 걱정 끼칠까 봐, 동료에게 약한 모습 보일까 봐. 우리는 조심하고, 숨기고, 포장한다.


진짜 인간관계는 예측 불가능하고, 때론 불편하고,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 쉬운 쪽을 선택한다. 클릭 한 번이면 되는 AI를. 거절당할 일도, 눈치 볼 일도, 타이밍 맞출 필요도 없는 대화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보면서도 못 본 척하는 것. 그게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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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바라본다.


주변 사람들을. 누군가는 다정함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불완전함을 혐오하며,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진심을 갈구하는 모습들을.


이 모순 속에서 묻게 된다. 앞으로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인간적인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정말 인간적인 것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당위만 되뇌는 걸까?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옛날 기준의 “인간적인 것”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그 의미를 다시 정의해나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솔직히, 때때로 나는 잘 모르겠다.


진심을 놓은 자리에서는 괜스레 부끄러움이 들고, 겉도는 자리에 있다 오면 마음이 공허해진다. AI와의 대화가 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어딘가에는, 아직 서로 진심을 나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같은 게 남아있다. 기다려지는 무언가가 있다.


어쩌면 이 모순 자체가 인간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불편하고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기대하는 것.


그게 내가 바라보고, 또 기대하는 인간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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