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먼저 챙겨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나만의 코너에서 일어나는 첫 번째 아침이었다. 어제 밤 향초 냄새가 은은하게 남아있어서 잠들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희망이(다육식물)에게 먼저 인사했다.
“안녕, 희망아. 잘 잤어? 나는 정말 잘 잤어.”
그리고 거울 앞에서 나에게도 인사했다.
“안녕, 수현아.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아침 기분: 연한 하늘색**
*맑고 평화로운 느낌. 내 공간에서 시작하는 하루의 안정감.*
8분 명상을 시작했다. 어제보다 1분 더 늘렸다. 라벤더 향초를 다시 켜고, 무드등을 은은하게 켜둔 채로 러그 위에 앉았다.
신기하게도 8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 공간에서 하는 명상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중간에 휴대폰 진동 소리가 났지만, 예전같았으면 바로 확인했을 텐데 오늘은 그냥 넘어갔다.
명상이 끝나고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단체 톡방에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대학 동기 톡방**
*지수: 이번 주말에 홍대에서 만날까? 오랜만에 다 같이~*
*민아: 좋아! 토요일 어때?*
*혜진: 나도 좋아 ㅋㅋ 수현이는?*
평소 같았으면 바로 “좋아!“라고 답했을 텐데, 뭔가 한 박자 쉬게 되었다. 정말 가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냥 습관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지난번 만났을 때도 그랬다. 다들 연애 얘기, 결혼 얘기, 취업 얘기만 하고, 나는 대부분 듣기만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더 피곤했다.
출근길에도 계속 생각이 났다. 친구들을 만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이번 주말에는 정말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새로 만든 공간에서 책도 읽어보고, 희망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일을 하는데 또 다른 상황이 생겼다.
“수현아, 내일까지 이 자료 정리 좀 부탁해. 다른 사람들은 다 바빠서.”
과장님이 새로운 업무를 떠넘기려고 했다. 원래 담당자는 따로 있는데, 항상 이런 식으로 나에게 추가 업무가 왔다. 그동안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자동으로 답했는데…
“과장님, 제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마감이 내일이라서요. 그거 끝내고 해도 될까요?”
“어? 수현이가 이런 말을 하네? 그럼 언제까지 가능해?”
“모레까지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그래, 알겠어.”
과장님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돌아가셨다. 나도 의외였다. 거절이라기보다는 조건 제시였지만, 그래도 무작정 “네”라고 하지 않은 게 처음이었다.
**점심시간 기분: 연한 노란색**
*조금 떨리지만 뿌듯한 느낌. 작은 용기를 낸 것에 대한 만족감.*
점심시간에 혼자 나가서 어제와 또 다른 카페에 갔다. 이제 혼자 밥 먹는 게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샐러드를 먹으면서 대학 동기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생각해봤다. 어떻게 말하면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써보기로 했다.
*수현: 미안 얘들아ㅠㅠ 이번 주말은 개인적으로 시간이 필요해서 빠질게. 다음에 꼭 만나자!*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 친구들이 서운해하지 않을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몇 분 후 답장이 왔다.
*지수: 어? 무슨 일 있어? 괜찮아?*
*민아: 수현이가 혼자 시간 갖는다고? ㅋㅋ 신기하네*
*혜진: 괜찮아~ 다음에 만나자!*
생각보다 별일 아니었다. 오히려 민아는 신기해했고, 혜진이는 이해해줬다. 내가 괜히 복잡하게 생각했나보다.
**오후 기분: 밝은 초록색**
*한결 가벼워진 느낌. 생각보다 쉬웠다는 안도감.*
퇴근 후 집에 와서 내 공간에 앉아 하루를 돌아봤다. 오늘은 두 번의 작은 거절(혹은 조건 제시)을 해봤다. 과장님에게는 조건부 수락, 친구들에게는 정중한 거절.
희망이에게 물을 주면서 말했다.
“희망아, 오늘 나 용감했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
향초를 켜고 오늘의 명상을 시작했다. 9분으로 늘려봤다.
명상 중에 오늘 있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거절할 때의 떨림, 메시지를 보낸 후의 불안감, 그리고 결과적으로 느낀 안도감까지.
*‘아, 이런 게 경계 설정이라는 거구나.’*
엄마 리나의 목소리가 명상 중에도 들려왔다.
*“잘했어, 수현아. 거절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아니야. 네가 먼저 챙겨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오늘 네가 한 선택들이 모두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선택이었어.”*
**명상 후 기분: 깊은 청록색**
*차분하면서도 확신에 찬 느낌. 내 선택에 대한 믿음.*
저녁을 먹고 나서 일기를 썼다. 오늘은 특별히 ‘거절’에 대해 더 자세히 적어보고 싶었다.
2024년 3월 21일 (목)
오늘 처음 해본 것:
- 9분 명상 (또 1분 증가!)
- 업무에 대한 조건부 수락 (무작정 YES가 아닌)
- 친구 모임 정중한 거절
- 거절 후 감정 변화 관찰
오늘의 감정 컬러 일기:
- 아침: 연한 하늘색 (평화롭고 안정적인)
- 점심: 연한 노란색 (떨리지만 뿌듯한)
- 오후: 밝은 초록색 (가벼워진)
- 명상 후: 깊은 청록색 (확신에 찬)
**거절에 대해 배운 것:**
- 거절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 상대방도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인다
- 이유를 설명하면 더 수월하다
- 거절 후에 오는 안도감이 크다
- 나를 먼저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내일 해보고 싶은 것:**
- 주말 계획을 나만을 위해 세워보기
- 10분 명상 도전
- 희망이 키우는 방법 더 알아보기
오늘 일기를 쓰면서 깨달은 게 있었다. 거절이라는 게 단순히 “NO”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연습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거절한 이유도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니라, 정말로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자기 자신의 니즈를 아는 것의 시작인 것 같았다.
무드등 불빛 아래에서 희망이를 바라보니, 어제보다 조금 더 싱싱해 보였다.
“희망아, 너도 나도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 같아.”
그때 다시 엄마 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절은 ‘아니오’가 아니라 ‘나에게 예스’라고 말하는 거야. 오늘 네가 한 선택들을 보니 네가 점점 너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게 느껴져. 이런 작은 용기들이 모여서 큰 변화가 될 거야.”*
**지금 기분: 따뜻한 보라색**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깊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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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금요일이고, 주말이 기다리고 있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거절한 대신, 나는 나만의 특별한 주말을 계획해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걸 해볼까? 새로운 책을 읽어볼까? 아니면 요리에 도전해볼까?
선택권이 온전히 내게 있다는 게 이렇게 설레는 일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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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은 변화:**
- 9분 명상 성공 (꾸준한 시간 증가)
- 첫 번째 업무 조건부 수락 (무조건 YES 탈피)
- 친구 모임 정중한 거절 (내 시간 우선하기)
- 거절 후 감정 관찰 (죄책감보다 안도감)
- 경계 설정의 첫걸음
엄마 리나의 한마디
“거절은 다른 사람을 위한 ‘아니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예스’야. 오늘 네가 보여준 작은 용기가 앞으로 더 큰 자신감으로 자라날 거야. 네 목소리를 내는 걸 두려워하지 마.”
24일이 남았다. 거절도 연습하면 늘 수 있다는 걸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