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의 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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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 뒷마당, 오후 9시 30분*
검은 눈이 마당을 뒤덮는 순간, 전투가 시작됐다.
“설아, 내 뒤에 서!”
할머니가 외치며 두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순간 마당 전체에 거대한 얼음 돔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혼돈교단의 5명이 동시에 공격하자, 돔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돔이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린이 우아한 동작으로 얼음 궤적을 그리며 반격했다. 그의 트레이스들이 적들을 향해 날아갔지만, 검은 후드 인물이 손을 휘두르자 모두 검은 얼음에 막혔다.
“이런, 생각보다 강해!”
강설은 처음 보는 실전에 당황했다. 훈련과는 차원이 다른 강도와 속도였다.
“설아, 집중해!”
할머니가 소리쳤다.
“네가 배운 기본 만다라를 써봐! 작은 거라도 좋으니까!”
강설이 떨리는 손으로 공중에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긴장 때문에 손이 떨려서 원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침착하게! 호흡을 기억해!”
린이 적들과 싸우면서도 강설을 격려했다.
강설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평온한 마음을 찾으려 노력했다. 할머니와 눈사람을 만들던 그 따뜻한 기억을.
그 순간, 손끝에서 안정된 서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좋아!”
작은 방어 만다라가 완성되었다. 비록 작았지만, 그 만다라에서 나오는 빛이 검은 눈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불가능해! 이제 막 배운 초보자가!”
후드 인물 중 하나가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또 다른 적이 강설을 향해 검은 얼음창을 날렸다.
“위험해!”
린이 강설 앞으로 뛰어들었다. 얼음창이 그의 어깨를 스쳤다.
“린!”
“괜찮아! 계속해!”
린이 피를 흘리면서도 미소지었다.
그 모습을 본 강설의 마음에 뜨거운 감정이 치솟았다. 분노가 아니라, 동료를 지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였다.
“더 이상은 안 돼!”
강설의 두 손에서 강력한 빛이 터져나왔다. 이번에는 의식적으로 조절한 힘이었다.
공중에 중간 크기의 만다라가 그려졌다. 훈련할 때보다 훨씬 크고 복잡했다.
“프로스트 만다라: 정화의 바람!”
만다라에서 차가우면서도 정화하는 바람이 불어나왔다. 그 바람이 닿는 곳에서는 검은 눈이 깨끗한 하얀 눈으로 변했다.
“으아악!”
혼돈교단 멤버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이번은 여기까지다!”
검은 후드 인물이 연기와 함께 사라지며 외쳤다.
“하지만 다음에는 더 많은 인원으로 올 것이다!”
전투가 끝나자, 강설은 힘이 빠져서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잘했어, 설아.”
할머니가 다가와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실전에서 그 정도 만다라를 쓸 줄 몰랐어.”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린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만…”
“그거야.”
린이 어깨에 간단한 붕대를 감으며 말했다.
“진정한 힘은 누군가를 지키고 싶을 때 나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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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기숙사*
“어디서 다친 거야?”
유진이 강설의 옷에 묻은 얼음 조각들을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 그냥… 할머니 집에서 넘어졌어.”
“요즘 너 정말 이상해. 맨날 어디 다니고, 연락도 안 되고.”
유진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남자친구 생긴 거야?”
“남자친구?”
강설이 놀라며 부정했지만, 왠지 얼굴이 빨개졌다. 린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그냥… 새로운 동아리 활동이야.”
“어떤 동아리?”
“음… 피겨스케이팅!”
급하게 둘러댔지만, 유진은 더욱 의심스러워했다.
“너가 피겨스케이팅을? 얼음 위에서 서 있기도 힘들어하던 애가?”
“사람은 변하는 거야!”
강설이 황급히 침대로 뛰어들었다.
그때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린이었다.
[린: 오늘 수고했어. 어깨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린: 내일 새벽 5시에 한강공원에서 만나자. 특별 훈련이 있어.]
[강설: 새벽 5시요? 너무 이른데…]
[린: 혼돈교단이 더 강해져서 돌아올 거야. 준비해야 해.]
[린: 그리고… 오늘 네가 날 지키려고 했던 것처럼, 이제 내가 널 제대로 지킬 수 있게 도와줄게.]
강설은 그 메시지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린의 진심이 느껴졌다.
[강설: 알겠어요. 내일 5시에 만나요.]
[린: 잘 자. 꿈에서도 훈련하지는 마 ]
마지막 이모티콘을 본 강설은 웃음이 나왔다. 평소 진지한 린이 이모티콘을 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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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50분, 한강공원*
강설이 도착했을 때, 린은 이미 와 있었다. 한강이 얼어붙어 있는 겨울 새벽, 공원은 완전히 고요했다.
“일찍 왔네.”
린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깨에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어깨는 괜찮아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린이 어깨를 돌려보이며 말했다.
“그보다 오늘은 특별한 걸 가르쳐주려고 해.”
“특별한 거요?”
“연계 만다라.”
린의 눈이 진지해졌다.
“지금까지 배운 건 단독 만다라야. 하지만 실전에서는 여러 개의 만다라를 연결해서 써야 할 때가 있어.”
린이 시범을 보였다. 먼저 작은 만다라 하나를 그리고, 그 옆에 또 다른 만다라를 연결했다. 두 만다라가 빛의 선으로 이어지자, 효과가 배가되었다.
“와, 신기해요!”
“너도 해볼 수 있어. 일단 기본 만다라 두 개부터 시작해보자.”
강설이 집중해서 첫 번째 만다라를 그렸다. 작은 방어용 만다라였다.
“좋아. 이제 그 옆에 똑같은 걸 하나 더 그려봐.”
두 번째 만다라를 그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첫 번째 만다라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만다라를 그려야 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두 번째 만다라를 그리는 도중에 첫 번째가 사라졌다.
“괜찮아. 처음에는 다 그래.”
린이 격려했다.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게 핵심이야. 마치 컴퓨터의 멀티태스킹처럼.”
강설이 다시 시도했다. 이번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때의 멘탈 모델을 사용해봤다. 두 개의 프로세스를 동시에 돌리는 것처럼.
“오!”
두 번째 만다라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두 만다라 사이에 미세한 빛의 연결선이 보였다.
“성공이야! 정말 대단해!”
린이 흥분해서 말했다.
“보통 연계 만다라는 1년 이상 훈련해야 하는 건데…”
하지만 그 순간, 두 만다라가 갑자기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어? 이건 뭐지?”
강설이 당황했다.
“이상해. 연계가 너무 강하게…”
린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한강의 얼음 위에 거대한 만다라 문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설이 만든 작은 만다라 두 개가 촉매가 되어, 한강 전체에 고대의 만다라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건… 덴진의 기억이야!”
린이 깨달았다.
“네 안에 잠든 덴진의 기억이 깨어나고 있어!”
한강의 만다라가 완전히 나타나자, 주변의 모든 것이 변했다. 겨울 새벽의 한강이 아니라, 천 년 전 티베트의 설산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곳에 덴진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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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진의 기억 속*
“드디어 깨어났구나.”
덴진이 강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모습은 강설이 꿈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덴진님?”
“그래. 나는 네 안에 잠들어 있던 과거의 기억이다.”
덴진이 설명했다.
“네 능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서, 나의 기억과 지식이 점점 깨어나고 있어.”
“왜 저한테 이런 일이…”
“너는 선택받은 것이 아니야.”
덴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스스로 선택한 거야. 천 년 전, 내가 마지막 봉인을 만들면서 한 가지 소원을 빌었거든.”
“소원이요?”
“언젠가 내 의지를 이어받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그리고 그 누군가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기를.”
덴진의 눈빛이 따뜻해졌다.
“네 영혼이 그 부름에 응답한 거야. 자발적으로.”
강설은 그 말을 들으며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었다는 것이 오히려 더 벅찼다.
“그럼 제가 해야 할 일은 뭔가요?”
“일곱 성역을 순례하는 거야.”
덴진이 공중에 지도를 그렸다.
“각 성역에는 내가 남긴 기억의 조각들이 숨어 있어. 그것들을 모두 찾으면, 너는 완전한 프로스트 만다라를 구사할 수 있게 될 거야.”
“완전한 프로스트 만다라요?”
“지금까지 네가 쓴 건 새끼 고양이의 발톱 같은 거야.”
덴진이 웃으며 말했다.
“진정한 프로스트 만다라는 현실 자체를 다시 쓸 수 있어. 무극의 혼돈을 완전히 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지.”
“그런데 일곱 성역이 전 세계에 있잖아요. 어떻게…”
“설화회가 도와줄 거야. 그리고…”
덴진이 강설과 린을 번갈아 보며 미소지었다.
“믿을 만한 동료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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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돌아온 한강공원*
“설아! 괜찮아?”
린이 강설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한강 얼음 위에 쓰러져 있었다.
“네, 괜찮아요.”
강설이 일어서며 주변을 둘러봤다. 한강의 거대한 만다라는 사라졌지만, 그 흔적이 얼음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방금 뭘 본 거야? 갑자기 의식을 잃고…”
“덴진을 만났어요.”
강설이 설명했다.
“그리고 제가 해야 할 일도 알게 됐어요.”
“뭔데?”
“일곱 성역 순례.”
강설의 눈에 새로운 결의가 담겨 있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덴진의 기억을 찾는 거예요.”
린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갈게.”
“네?”
“혼자 보낼 수는 없어. 위험하잖아.”
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리고 나도… 너와 함께하고 싶어.”
그 말에 강설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떠오르는 해가 한강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새벽,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고마워요, 린.”
“천만에. 우리는 파트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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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설화회 서울 지부*
“일곱 성역 순례라고?”
설악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너무 위험해. 아직 네 능력이…”
“마스터님.”
강설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 덴진이 직접 말해줬어요.”
할머니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럴 줄 알았어.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
“할머니도 찬성하세요?”
“반대할 수는 없지. 그게 네 운명이니까.”
할머니가 강설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철저히 준비해야 해. 각 성역마다 혼돈교단의 감시가 있을 거야.”
“언제부터 시작할 거야?”
린이 물었다.
“다음 주부터.”
강설이 대답했다.
“첫 번째 성역은 백두산이에요. 가장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겠어. 그럼 일주일 동안 집중 훈련을 하자.”
설악이 말했다.
“백두산에 가기 전에 최소한의 실력은 갖춰야 하거든.”
이렇게 해서 강설의 진짜 모험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일곱 성역을 향한 긴 여정의 첫 발걸음이었다.
**- 5화 끝 -**